[한라일보] 언어를 전공해 다년간 공부한 탓에 말의 쓰임새라든지 작은 구성요소, 문장의 호응과 길게는 글의 구성에까지 꽤 신경을 쓴다. 내가 업으로 삼은 일을 묘사한 걸출한 합성어가 있는데, '기레기'라는 말이다. 기자와 쓰레기가 합쳐진 멸칭으로, 특정 직업 이름에 구태여 '쓰레기'를 더해야 한다면 '기레기'가 제격이다. 가령 쓰레기에 은행원을 더해 '은레기', 개발자를 더해 '개레기' 모두 단어로는 다소 어설퍼 보인다. 쓰레기로 수식 받을 직업임은 더더욱 아니다. 비슷한 연차인 대부분의 또래들은 지역 언론 종사자 대비 높은 연봉과 복지를 누리고 있다. 다 이럴 줄 알고 시작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그들이 부럽지 않았고 지금의 업을 사랑한 수없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가치 때문이었다. 그 가치는 기대 이상의 것이었고 실제로 많은 것을 감내하게 했다. 여러 토끼를 쫓느라 늘 힘에 부치지만 모든 토끼가 사랑스러워 힘든 줄 모를 때도 많다. 기레기라는 멸칭까지도. 많은 이들이 그렇듯 위인이 되리라는 다짐은 잊은 지 오래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쓰임새 좋은 인적자원이고 싶고, 스스로는 유연하고 균형 있는 삶을 성실히 꾸리는 범인이고 싶다. 그럼에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기자 명함을 달고 살다 보니 매일의 일거리에 치이면서도 업계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젊은 기자들이 망해가는 업계를 탈출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미 쏟아진다. 새로운 경험보다는 지면을 채울 기사를 송고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사람들이 점점 보지 않는 신문을 만들어내면서 근래엔 바싹 마른걸레를 쥐어짜고 있다. 멸칭은 이미 넘쳐난다. 그나마 온 힘을 다해 업을 다하고 있는 와중에 멸칭을 듣노라면 말문이 막힌다. 그래서 입을 다문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나만큼은 남을 단어 몇 개로 규정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해사하게 웃어넘긴다. 다들 떠나간다는 업계에서 그래도 본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연대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작은 응원이라도 애써 건넬 뿐이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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