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가는 길목에서 주춤했던 축제들이 속속 기지개를 폈고, 도내에선 지난 8월부터 굵직한 문화예술행사가 잇따랐다. 제주의 한여름을 '금빛 선율'로 휘감었던 음악축제 제주국제관악제 여름시즌이 일상회복과 함께 온전한 '국제'관악제로 다시 나아갔고, 제주의 무형문화재 가치를 재조명하고 오롯이 무형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는 종합축제로 꾸려진 '제주 무형문화재 대전'이 9월 도민과 관광객에게 첫선을 보였다. 육십갑자를 돌아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첫해(60+1)를 맞은 탐라문화제는 3년 만에 '축제의 꽃'인 거리퍼레이드가 재개되는 등 전면 대면행사로 치러졌고, 제주시가 주최하는 '2022 아트페스타 인 제주'는 야간축제 확장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10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예술인들과 행정이 준비한 상차림은 풍성했다. 일반 관객 확보의 한계가 안타까울 정도로. 그렇게 신생 축제에서도, 60년을 이어온 대표 축제에서도 '지속가능한 시민참여형 축제' 자리매김이 과제로 남겨졌다. 탐라문화제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준비된 프로그램에 비해 (도민)참여도가 낮음을, 젊은 관객과 함께하는 세대공감·소통의 장이 되기 위한 홍보 전략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올해 처음 밤 9시까지 야간축제로 확장을 꾀하며 호응을 얻은 '아트페스타 인 제주'도 시민참여 활성화가 과제로 대두됐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아트페스타를 공유할 수 있는 '공유지점'에 대한 고민이 주문됐다. 제주 무형문화재 대전은 어렵게 전통을 이어가는 전승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격려하는 한편 도민과 관광객에게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긴 행사였다. 좋은 취지에 국내·외 유산 공연, 공예 전시·시연, 체험 등 보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됐지만 함께 가치를 공유할 시민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어떤 이는 "우연히 제주목 관아를 들르지 않았다면 이런 행사가 열리고 있는 걸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계획하고 있는 제2회 행사를 앞두고 다양한 채널을 이용한 전략적인 홍보가 절실한 대목이다. 이같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예술행사들이 애도의 마음을 안고, 보다 안전사고에 신경쓰며, 11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도내 최대 규모의 미술인들이 참여하는 제주미술제가 차분한 분위기 속 진행중이며, 18억5000만원이라는 최대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제주비엔날레도 곧 개막해 손님을 맞는다. 제주국제관악제 가을시즌도 돌아온다. 제각각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거나, 정체성을 고민하거나, 또는 위상을 재입증하며 또다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와중이다.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며 보다 안전하게, 지속가능한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 다시 기본에서 여러 요인을 분석하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민의 결과는 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은지 문화체육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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