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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의 백록담] 지하수 오염보다 더 심각한 제주도 '물'행정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22. 11.14. 00:00:00
[한라일보] 제주자치도의 지하수 오염이 심각하다.

올 여름 대정읍 신도리 한 농업용 지하수 관정에서는 30ppm이 넘는 질산성 질소가 검출됐다.

서부지역 지하수의 질산성 질소 평균농도가 5.8ppm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이다. 질산성 질소의 먹는물 기준치는 10ppm 이하, 농업용수 기준치는 20ppm 이하이다.

질산염으로 오염된 지하수를 오래 마시면 어린이들의 손발끝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생긴다.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수년동안 지속돼 온 지하수 오염에 대해 행정에서 느끼고 있는 체감도이다.

제주형 통합 물관리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지하수 수질 개선방안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현재 지하수가 오염된 지역의 지하수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연도별 수질 개선 목표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단기방안으로 수질오염취역지역 제도 강화를 제시했다. 중산간 등 오염취약 지역 수질 관리강화(사전 사후 관리체계), 지하수자원 보전지구내 행위 제한 및 방류수 수질 기준 강화, 지하수 자원 특별관리 구역 오염원 규제강화를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1단계(예방관리지역), 2단계(중점관리지역), 3단계 (집중관리지역)로 구분해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예방관리지역은 5년 내외 현행수질 유지, 중점관리지역은 먹는물 이상 관리 개선, 집중관리지역은 생활용 이상 관리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했으면 당장 내년부터 수질 개선에 나서야 하지만 언제, 어느 지역의 지하수 수질을 어느 정도 개선한다는 목표치가 없다.

아울러 통합 물관리 기본계획에 보면 도내 농업용수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수도와 농업용수의 공급체계를 연계해 물부족 문제를 해결한다고 계획을 했는데 이것은 신중함이 앞서야 한다.

2020년 기준 도내 도내 농업용 지하수 관정은 3064개. 이들 대부분 농업용 관정은 실시간 유량파악이 불가능하고 수질검사도 5년에 한번 이뤄지고 있다. 지하수 관정에서 배수지까지 송수되는 과정에서 어디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지 전혀 파악이 안되고 있다. 도내 한 농업용 관정을 진단한 결과 시간당 9t, 1일 216t이 누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수도와 농업용수를 연계하기 위해서는 누수 문제부터 잡아야 한다. 누수 문제해결을 위한 도내 3064개 관정 기술진단 비용만 76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줄줄 새고 있는 농업용 송배수관으로 상수도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를바 없다.

제주도가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 제시만으로는 안된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책임을 지지 않는 계획으로 도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민선 8기 제주도정에서는 반드시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계획을 수립해 주길 기대해 본다. <고대로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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