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즈'. [한라일보] 사랑은 두 사람만의 언어로 이뤄진다. 그것은 말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몸짓만으로 충분하기도 하다. 때로는 눈이 둘 사이에 긴밀한 요새가 된다. 그렇기에 그 관계는 눈빛의 교환을 눈치챈 타인에게 쉽게 발각된다. 대개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은 그 표적이 되기도 하는데, 눈은 자신의 불안함과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그대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초조와 불안에 시달리다 상대를 외면하고 끝내는 감아버리는 눈을 여러 차례 마주하며 나는 이 영화 앞으로 가까이 몸을 내밀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국내외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던 루카스 돈트 감독의 영화 '클로즈'가 최근 폐막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청소년기의 성 정체성을 다룬 이 작품은 두 소년 사이에서 피어나던 아름다운 것들이 차마 개화하지 못한 채 떨어지는 순간들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레오와 레미, 두 소년은 너른 꽃밭을 뛰어다니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학교 가는 길을 함께 달리는 그들은 둘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 호기심과 조바심을 함께 담고 있는 소년들의 눈동자가 클로즈업으로 스크린에 담기는 순간은 관객들의 미동마저 허락하지 않는 감정의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라면 그곳에 사랑이 존재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클로즈'는 가슴 아프도록 아름다운 성장 영화인 동시에 냉혹하리만큼 고통스러운 퀴어 영화다. 사랑 앞에서 거짓을 말하는 것이 익숙해진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닫고 거리를 벌리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 거짓을 반복하는 것은 과연 당연한 일인가. '클로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관객들을 향해 눈으로 묻는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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