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정치/행정
"식민잔재 청산, 지속적인 전수조사 수행 연구센터 설립해야"
도, 21일 '제주특별자치도 식민잔재 청산활동 추진계획 수립 연구용역' 공청회
연구진, 도내 잔존하는 식민잔재 군사시설·일본 연호 기념물·산업시설 등 파악
용어 사용 문제 해소, 전수조사, 분야별 안내판 설치, 교육 장소 활동 등 제안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2. 11.21. 15:12:58
[한라일보] 제주 전역에 남아있거나 사라진 식민잔재에 대한 청산활동 추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도내 유무형의 식민잔재 청산을 위해선 지속적인 전수조사와 함께 상설 연구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1일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식민잔재 청산활동 추진계획(안)'에 대한 도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식민잔재 청산활동 추진계획 수립 용역은 지난 6월 시작됐다. 연구진은 도내 잔존하거나 멸실한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실태를 파악한 뒤 청산 방안을 제안했다. 또 도 조례에 근거한 일제 식민잔재 청산활동위원회 운영 방향과 기능을 연구하고,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 간의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이번 연구용역에선 친일인물, 지명 등의 식민잔재에 대한 지역 갈등 논란 소지, 기초 자료 수립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과업 범주에 포함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도내 잔존한 식민잔재 현황을 군사시설, 일본 연호가 각자된 기념물, 산업시설, 교통시설 등으로 분류해 조사했다.

군사시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제주지역에는 일제강점기 말 일본군이 조성한 군사시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일본군 군사시설은 해안과 오름, 한라산 고지대에 이르기까지 연합군의 상륙에 대비해 구축한 진지유형별로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현지 조사 결과 제주시 64개, 서귀포시 61개 등 총 125개가 분포해 있었다. 이중 15개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됐다. 특히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중요한 군사시설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었다. 상모리에는 군사시설 총 15개가 위치해 있으며 이중10개가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됐다

일본 연호가 각자된 기념물은 제주 전역에 총 176기(제주시 121·서귀포시 55기)로 파악됐다. 이 비석들은 대부분 마을회관 건립, 우물 축조, 학교 건립·보수 등 당시 마을 발전과 교육 진흥을 도모하기 위한 재정 지원 등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 대다수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소재지 역시 전체의 절반이 넘는 89기가 읍면지역 초등학교 교정 또는 리사무소, 경로당 등 마을 행정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일본 연호가 각자됐다는 사실로 '친일 잔재'의 성격을 띤 기념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며 "일제강점기 식민잔재의 성격을 띠긴 했지만 청산 대상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일제강점기 도민들의 단합과 교육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보존하며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또 현재 멸실한 식민잔재 현황에 대해 관공시설, 산업시설, 신사 등으로 분류해 조사했다.

관공시설의 경우 일부 읍·면사무소, 경찰관주재소 등 당시 위치나 기능이 현재까지 존속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전 혹은 폐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형태가 남아있는 곳은 없었다.

산업시설에 대한 연구 결과 도내 총 25개의 산업시설 식민잔재가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부 멸실되어 잔존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당시 군수물자 원료 등을 공급할 교두보를 확보하거나 군수 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제주도에 많은 공장을 설립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산업시설 전수조사를 통해 식민잔재 청산 활동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고유 민족신앙인 '신도'의 신을 제사지내는 사당인 '신사'는 제주지역에 총 14개(제주시 7·서귀포시 7개)가 세워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현지조사 등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식민잔재 청산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과 제언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식민잔재'라는 용어 대신 가장 포괄적인 개념인 '일제잔재'를 대표 용어로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향후 지속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도내 산재한 식민잔재를 발굴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확실하게 식민잔재로 파악된 대상물일 경우 잔존과 멸실의 여부에 관계없이 안내판과 표석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군사시설 중 총 60건에 대해선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이어 일제 식민잔재 청산을 위한 상설 연구센터와 행정지원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카이브 구축 또는 자료집 발간도 제안했다.

청산활동을 위한 5개년 추진계획에는 청산활동 대상을 심의·선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일제식민잔재 청산활동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내달 중 추진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