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요 몇 달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단어가 있다. 취재 현장 곳곳에서 마주해서일까. 11월 한 달간 벌어진 상황만 나열해봐도 그 단어는 더 명료해진다. 소각처리시설에 대한 일방적 폐쇄 결정으로 해고 위기에 내몰렸다는 제주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들, 일방적인 주차징수 무인기 도입에 강제전환 배치가 우려된다는 제주공항 주차요금 징수 노동자들,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관련해 환경부가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영세 카페 점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도내 프랜차이즈 점주들, 제주감귤농협이 단체협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제주감협노조, 사상 첫 시멘트 집단 운송 거부자에 대해 발동한 정부의 일방적인 업무개시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화물연대 노동자들. 현장 곳곳에서 터져나온 이같은 외침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일방적'이란 단어다. '결정', '도입', '희생', '통보'라는 단어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뜻하는 '일방적'이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그 의미는 달라졌다. 누군가는 생존의 문제로, 권리의 문제로 직면했듯이 여전히 지역사회에 소통 부재 현상이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해결책은 없는 걸까. 결국 '소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소통'이라는 단어에 '일방적'이란 단어가 붙는다면 상황은 해결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박소정 경제산업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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