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빼미'. [한라일보] 진실은 언제 거짓이 되는가. 그것을 말해야 하는 순간을 외면했을 때 그렇다. 우리는 살아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진실 앞의 순간에서 당연히 해야 할 말도, 끝내 해내야 할 일도 완수하지 못한다. 질끈 눈 감고, 이를 악 물고 시도할 때도 있지만 성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옳은 일을 행하는 것, 진실을 토해내는 것은 신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스스로를 믿는 동시에 자신이 믿지 못할 결과까지 책임져야 가능한, 시도 자체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올빼미'는 진실 앞에 눈을 감는 이들을 또렷하게 지켜보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시각 장애가 있어서 어두워져야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대신 다른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돼 있는 그는 침술사로서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재주로 궁에 들어온 이 침술사는 왕족의 몸에 깊이 바늘을 찌르며 궁의 한복판에 존재하게 된다. 궁에 어둠이 내릴 때, 그러니까 가뜩이나 폐쇄적인 공간에 비틀린 불안의 암막이 만들어질 때 그는 보지 않았으면 무탈했을 끔찍한 진실 앞에 눈을 뜨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편의 흥미진진한 창작물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료를 상하게 해서도 안되고 어울리지 않는 차림을 곁들여서도 안된다. '올빼미'는 이 점을 간과하지 않고서도 새로운 맛을 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시대극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기술적인 요소들을 탄탄하게 구축한 뒤 어느 시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 메시지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권력에 눈먼 자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해 왔고 진실 앞에 눈 감지 않은 이들이 사자후를 뱉는 순간들 덕에 한 줄기 빛이 검은 거짓의 장막을 열어왔다. 숱하게 만들어지는 히어로물 또한 이 선과 악의 대결을 기본으로 한다. 악인이 합당한 처벌을 받고 정의로운 이가 영웅이 되는 것. 현실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이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가치를 온전한 결과로 건네받는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전문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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