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열여덟 개의 오름을 거느리고 초원과 밭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송당리.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면적이 엄청나게 넓다. 목축산업이 제주인의 생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엄청난 풍요를 누렸던 마을이다. 마소를 키울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바탕이 됐기에. 그도 그럴 것이, 조선왕조가 섬 제주의 중산간 지역을 관영목장화해 관리하던 시기에 '일소장'이 있던 지역이다. 첫째요 으뜸으로 파악해도 무리가 없는 목장지대로써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을 옛날에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후손들이 물려받은 농지는 규모가 커서 웬만한 농부들은 몇 만 평을 일구는 기업농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땅부자 마을이다. 그러한 역사적 풍요를 기반으로 해서일까 정신문화 또한 기름진 토양과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주섬 신화의 본고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섬 제주의 숱한 신당들에 좌정한 신들의 계보를 살펴보면 그 맨 윗대에 해당되는 두 분이 송당리 본향당에 계시는 금백주 소천국 부부다. 특히 백주또 여신은 그 권위가 유럽인들의 조상들이 모셨던 헤라 여신의 권위에 가깝다. 섬 제주 신들의 원류요 시조신을 모시는 당이 있는 곳. 구비전승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송당리 본향당은 신화적 배경으로 존귀한 영역이었음을 제주인의 문화 속에 뿌리내려 있는 것이다. 백주또 여신의 남편이었던 소천국은 수렵생활을 하던 존재였고 금백주는 농경을 생활 방식으로 하다가 결혼해 송당리에서 함께 살아가는 신화적 틀은 학자들에 의해 해석되어지는 바, 삶의 방식을 달리하는 커플이 '결혼' 했다는 것은 이 섬의 역사를 글로 기록하기 전 어떤 시기에 수렵족들과 농경족들이 전쟁에 의하지 아니하고 융합했음을 상징한다. 섬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서로 다른 생활방식을 인정하고 화합해 공동운명체의 길을 제시하는 평화의 뿌리로 필자는 송당리 본향당의 의미를 받아들인다. 전쟁과 갈등이 없이 상생의 길을 신화로 풀어내던 민중적 지혜의 땅. 지금 송당리가 마주하는 현실에 시사하는 의미 또한 크다. 외지에서 송당리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주민의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하니 설촌 900년의 역사를 가진 마을이 보유한 본향당 정신이라면 능히 융합발전의 길을 함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된 환경이 거두는 결실은 송당초등학교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작년 전국 아름다운학교 운동본부에서 주최한 공모에서 학교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유치원 포함 전교생 79명의 학교가 이룬 신화적인 성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을공동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이뤄낸 교육적 성과다. 올해는 JIBS음악콩쿠르에서 앙상블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농촌마을 초등학교에 당오름관이라고 하는 체육관 겸 다목적 시설에서 10회 넘게 전교생이 목관앙상블로 마을 주민들을 초대해 정기 연주회를 이어온 저력이 거둔 결실. 문화적 향유를 대도시 학교보다 더 크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을공동체와 학교 선생님들의 의지가 참으로 아름답다. 홍용기 이장에게 송당리의 가장 큰 자긍심을 묻자 단박에 대답했다. "본향당". 당오름 아래 본향당이 가지는 송당리의 역사적 의미와 무관하지 않으면서도 제주도 민속자료 9ㅡ1호가 가지는 위상을 강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단순하게 무속의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조상들이 공유하였던 숭고한 정신문화자산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낸 것. 방대한 영역 속에 펼쳐진 열여덟 개의 오름들을 마을공동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마을 발전에 커다란 희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자연환경을 살린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돼왔다. 차곡차곡 결실을 맺어야 할 시점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행정적 유연성을 가지고 송당리라고 하는 특수한 지역을 전향적인 자세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자연자원과 문화가 결합해 관광산업이라고 하는 영역으로 생업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송당리. 말을 타고 달려도 마을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는 땅. 네 개의 자연마을 동동, 상동, 서동, 대천동 지금의 모습은 이러하지만 미래에는 분명 몇 개의 자연마을이 더 생겨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마을 어르신의 확신에 찬 한마디. "땅이 너르니 사람들이야 들어와 살겠지!" <시각예술가> 눈부신 마을 안길 <수채화 79㎝×35㎝> 아부오름의 아침 인상 <수채화 79㎝×35㎝>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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