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물을 머금은 습한 땅으로 표현되는 습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태계 중 하나이다. 습지보전법에서 습지의 정의는 담수, 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서 내륙습지 및 연안습지를 말한다. 람사르협약에서는 습지를 간조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해역까지 포함한다. 습지는 홍수를 완화하는 재해 예방과 물의 저장 및 정화, 지하수 함양, 오염물질을 잔류시키는 기능을 한다. 어업과 농업의 중요한 생산자원으로 인정받아 왔고, 최근에는 생태관광과 연계한 휴양·여가와 기후변화에 대한 탄소흡수원으로서의 높은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에는 많은 수의 습지들이 분포하고 있는데, 현재 관리대상 습지는 내륙습지 322곳, 연안습지 21곳이다. 이 중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5곳으로 모두 내륙에 분포한다. 섬 지역이면서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연안습지는 단 한 곳도 없다. 제주도 습지 보전관리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실상이다. 이 가운데 최근 서귀포시 오조리마을 연안습지가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대표적 습지인 오조리 연안습지는 생태·경관적인 가치는 물론 지질학적으로도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I급인 국제보호종 저어새의 최대 월동지이기도 하다. 이곳을 기반으로 마을이 형성된 오조리마을이 마을 연안습지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 나섰다. 주민들이 마을 연안습지를 보호하려고 나선 이유도 대견하다. 마을에서 습지 바로 건너에는 성산일출봉이 우뚝 서 있고, 식산봉과 해안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겨울철에는 수십 종의 법정보호종을 포함하여 200여 종의 철새 수천여 마리가 이곳을 찾아 장관을 이룬다. 이처럼 오조리 연안습지는 성산일출봉과 어우러진 주변의 뛰어난 경관 포인트로 알려지며 마을을 찾는 외지인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제는 연안습지와 그 주변의 훼손 행위도 잦아져 마을의 아름다운 경관과 환경이 위협받게 됐다. 일례로 갈대숲이던 습지를 매립해 타운하우스 개발이 이뤄졌고, 연안습지를 따라 만들어진 올레길 바로 옆은 카페와 숙박시설이 들어서기도 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마을의 환경과 연안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론이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었다. 보호지역 지정이 단순 행위 제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참여로 습지를 보전·관리하고, 생태적으로 활용하면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생태관광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미 환경단체와 함께 제주도, 해양수산부에 뜻을 전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며 최근 농림부가 주최하는 행복농촌만들기 경연의 경관·환경 분야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이제 제주도가 나설 차례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환경보전의 노력에 화답하고, 그 결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지길 당부한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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