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어디시라고요? 이거 기사 쓰는 건가요?" 전화기 너머 공무원은 평소와는 다른 답변을 했다. 단순한 통계 확인을 위한 취재 전화였는데 공기가 달랐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더 있었다. 통화를 한 이후에 다시 전화가 와 "기사를 쓰는 것이냐", "내가 궁금해서 그런다. 이건 왜 물어보는 것이냐" 등등. 제주도는 지난달 14일 '갈등 사안 선제적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언론 취재사안 등 신속 보고체계 운영'이란 이름으로 도지사 요청사항을 전 부서에 하달했다. 해당 문서에는 언론사 명과 기자 이름, 취재 목적, 보도 예정일, 취재 협조 내용, 비판 보도 예상 시 향후 조치계획 등을 기재해 소통담당관에게 제출하라고 명시됐다. 제주도 기자협회는 여론 형성에 관한 언론의 공적 기능을 후퇴시키는 반민주적 조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갈등 관련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언론 보도 후 사안을 인지하는 문제로 지침을 내렸다"는 궁색한 변명에 급급하다 한 달만인 지난 19일 철회를 밝혔다. 언론 보도 후 갈등 사안을 인지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의문이다. 보도가 없다면 그냥 모른 척하겠다는 것인지, 내부의 소통 문제의 화살을 외부로 돌린 이유가 궁금하지만 그 기저에는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이 적이면 시민도, 도민도 적일 수 있겠다. 다행인 것은 제주도에는 전용기가 없어 탑승 배제될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김도영 행정사회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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