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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1) 프롤로그
전통·역사 문화 상징 공간… 보전·활용방안 고민을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23. 01.02. 00:00:00
1415년 제주도 3개 읍성 중
정의현 성산읍 고성리 설치
현성, 제주 동쪽에 치우치고
왜구 침입 잦아 1423년 이설
성읍리 세계문화유산 재추진
전통 초가 관리 당면 과제도




2023년은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서 표선면 성읍1리로 정의현성이 이설된 지 600주년이 되는 해다. 성읍1리는 정의현청이 있던 정의현성의 중심마을로서 조선 개국 초기부터 우리나라의 역사는 물론 제주도의 지방정치 핵심인 3개 읍(현)성 가운데 한 곳으로 제주지역의 오랜 역사를 품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 특히 국가지정 성읍민속마을의 자격으로 주민들이 직접 거주하면서 제주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다만 문화재 보호에 따른 규제로 인한 개발 제한으로 효율적인 기존의 초가 관리·보전은 물론 주민들의 불편한 생활환경 개선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최대 당면과제다. 이에 본보는 앞으로 연중 기획을 통해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아울러 세계문화유산 등재 및 정의현성을 간직한 성읍민속마을의 체계적 보전·관리방안에 대한 문제점과 발전방향을 진단한다.



▶600년전, 정의현성 성읍1리 옮기다='태종실록'(태종 33권) 등에 따르면 태종 16년(1416년), 지금의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를 시작으로 법환동까지를 아우르는 행정구역인 정의현이 제주읍, 대정현과 함께 3개 읍성 중 하나로 설치됐다. 당시 읍성은 중간 지점에 위치해야 했지만 정의현은 동쪽(성산읍)에 치우쳤고, 땅이 우도에 가까워서 새벽과 밤에 고각(鼓角) 소리가 들리고 여러 번 큰 바람이 불어 흉년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왜적이 번갈아 침범하는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연유로 정의현성은 설치 초기부터 이설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었다.

이에 이설 후보지로 토산과 진사(현 성읍리) 등이 거론됐다. '세종실록'(세종 4년 12월 을사조)과 마을지 등에 의하면 세종 4년(1422년) 12월에 정의현성 이설이 결정됐고, 다음해인 세종 5년(1423년) 1월 9일부터 13일까지 불과 5일 만에 현성 이설이 완료됐다. 당시 현성 규모는 둘레 2520척(764m), 높이 13척(4m)이며 동·서·남 3문 외에 여첩 180개가 설치됐다.

정의현성 이외에도 성읍마을에는 ▷천연기념물 느티나무 및 팽나무군 ▷국가민속문화재 제주 초가 5가구·16동 ▷국가무형문화재 제주민요를 비롯해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유형문화재 정의향교 ▷돌하르방 ▷오메기술 및 고소리술 ▷초가장 ▷영장소리 ▷정의현 객사 전패 등이 있다.



▶올해 달라지는 '정의골한마당축제'=성읍1리는 남서쪽으로 영주산과 남산봉을 곁에 두고 있는 과거 정의현청의 중심마을이다. 그 핵심지역은 1984년 6월 12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지금의 성읍민속마을이다. 성읍마을은 600년 전의 정의현성 옛 모습과 전통 초가를 지닌 오랜 역사와 전통문화를 갖춘 제주를 대표하는 전통마을이다.

성읍1리가 올해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을 기념해 정의골한마당축제를 색다르게 준비한다. 민속놀이 공연, 전통음식 체험, 목사 행차 등 크게 3가지 주제별 행사를 준비하며 오는 9~10월 개최 예정인 축제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성읍마을뿐만 아니라 정의현에 속했던 지금의 성산읍 시흥리를 시작으로 법환마을까지 축제에 직접 참가하며 옛 정의현의 위상 제고는 물론 현성 이설 600주년의 의미를 함께 되새긴다.

성읍1리는 앞으로 축제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보다 세부적인 축제 계획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민속의 고장임을 알린다는 포부다. 특히 정의현성 이설 당시 목사 신분을 현재 시각으로 재해석한 제주도지사의 초청 행렬인 '목사 행차'는 전체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1.5㎞ 구간에서 펼쳐질 예정으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기존 현감행차를 확대해 서귀포시장이 현감의 자격으로 도지사를 맞이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백금탁기자





“성산 시흥~법환 함께하는 축제로 의미"


[인터뷰] 김철홍 성읍1리장


돗추렴·제주목사 행차 재현
올해 정의골축제 변화줄 것


"올해는 정의현성이 저희 성읍민속마을로 옮겨진지 600주년이 되는 해로, 당시 정의현에 속했던 성산읍 시흥리부터 남원읍, 법환동까지를 한데 아우르는 정의골한마당축제를 열어 그 의미를 배가시킬 계획입니다."

김철홍 성읍1리장은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을 기념해 우선 축제준비위원회를 조직하고 세부적인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올해 정의골한마당축제를 다른 해보다 성대하게 치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매년 서귀포시에서 열리는 칠십리축제에 출전하는 정의현 소속 마을별 풍물이나 민속놀이를 정의골축제 무대에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행정에서 출전을 적극 독려하고 일부 경제적 지원도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김 이장은 성읍마을 8개 반별로 민속놀이 공연과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및 시식, 정의현 소속 마을들이 참여하는 돗(돼지)추렴, 그리고 정의현감 행차를 키워 (제주)목사 행차를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속놀이로는 소리를 곁들인 조팟볼리기(조밭다지기), 검질(김)매기, 마당질(도리깨질), 방에질(방아질), 고레골기(맷돌질), 촐비기(꼴베기, 영장(장사 치르기), 달구질 등이 있다. 전통음식으로는 범벅, 빙떡, 모멀(메밀)죽, 오메기떡, 모멀만듸(메밀만두), 상외떡(증편), 돌레떡, 시리(시루)떡, 지름(기름)떡 등이 있다.

김 이장은 "예전 성담을 쌓을 때, 떡이나 고기를 나눴던 풍습이 있고, 제주에서도 잔칫날 돼지를 잡는 풍습이 있어 정의골축제에서 이를 재현해 볼 생각"이라며 "돼지를 직접 잡아서 삶고, 굽고, 전통음식인 고깃국을 끓여 먹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목사 행차는 마을 입구부터 1.5㎞ 구간에서 이뤄질 예정으로 장관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장은 정의현성을 포함해 각종 문화재를 간직한 성읍마을의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강화된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를 기반으로 마을을 재정비해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통한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성읍마을이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지난 38년간 각종 규제 때문에 사유 재산인 자신의 집조차도 간단한 휴게음식점을 운영하려 해도 증·개축(현재 15~17평 규모에서 25평정도로 확장)을 할 수 없어 마을을 떠나면서 매년 초가 3~4채가 빈집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 마을처럼 초가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민속마을은 국내에서는 유일할 것"이라며 "마을의 존속을 위해서는 기존 문화재청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상변경 허가 권한을 융통성을 발휘 할 수 있도록 제주도로 이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백금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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