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2022년 마지막날 주유소에는 차량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려는 이들이 적잖았다. 정부가 1일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을 37%에서 25%로 축소하면서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돼 ℓ당 99원 오른다는 예고가 있어서다. 유가를 중심으로 물가가 치솟으며 제주도민의 지난해 삶이 팍팍했음은 통계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9%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이후 24년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전국에서 강원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유가에서부터 원자재·곡물가격을 끌어올렸고,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까지 안오른게 없었다. 1만원 이하의 점심 메뉴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선 "내 월급 빼곤 다 올랐다"는 아우성이 넘쳐나고, 버거운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올해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당분간은 5% 안팎의 고물가를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 추이와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 양상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서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13.1원 올렸다. 고물가는 11년만에 최고 수준의 고금리를 불렀다. 전세계적인 고물가 상황 속에 미국은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택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사상 초유의 두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과 기준금리를 여섯차례 연속 올려 단번에 3%대로 뛰어올랐다. 2015~2019년 1%대에서 등락했고, 2020년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1년 반 가까이 0%대를 유지하던 저금리의 달콤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이들의 이자 부담은 1년도 안돼 갑절 가까이 증가하면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렇게 물가는 치솟는데 2021년 연말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을 신고한 도내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3419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근로자 소득 만년 꼴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주변의 지인들끼리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주고 받았을 테지만 모두가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금세 만들어지고, 고물가·고금리가 안정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경제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도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는 위협받지 않는 제주사회의 작은 기초라도 다져가는 한 해였으면 한다. '아껴서 몇 년 모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겠구나' 하는 소박한 목표를 가능케 하고, 치솟은 집값 마련 걱정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이가 없도록 촘촘한 주거정책을 제주도정은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 고향 제주에 터잡고 살아보려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호감도를 높여줄 친청년 정책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활력넘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가능케 하는 길이기도 하다. <문미숙 경제산업부국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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