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법정에서 흔히 듣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처럼 '존경하는 교수님'이라고 시작하는 말은 왠지 귀에 익숙하다. 교수가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진 이유는 아마도 그들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학문 연구와 진리 탐구에 매진하는 고고한 학자의 모습을 교수 사회에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종종 무너진다. 최근 제주대학교에서 모 교수가 인건비를 빼돌리는 사건이 있었다. 감사 결과 그 교수는 제자 등 5명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한 뒤 이들 명의로 지급된 인건비 수천만원을 5년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자들은 잘못인 줄 알고 있었지만 교수의 우월적 지위에 눌려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이미 2년 전 교육부가 실시한 제주대 종합감사에서 비슷한 유형의 비리가 발견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가족을 연구보조원으로 몰래 참여시켜 인건비를 부당 수령한 교수, 허위 증빙서류로 연구비를 착복한 교수 등이 줄줄이 적발돼 지탄을 받았지만, 아랑곳 않고 교수 비리는 반복됐다. 문제를 개인에게 국한하면 도무지 풀어낼 재간이 없다. 대학 사회 전체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시작은 진지한 사과와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나는 그 의지를 새해를 설계하는 총장의 신년사에서 읽길 원했다. 그러나 3000자 넘는 글 그 어디에도 사과와 반성은 없다. 또다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뿐이었다.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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