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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성의 한라시론] 자녀 진로와 교육에 고민 많은 부모에게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3. 01.12. 00:00:00
[한라일보] 한 아이를 대학 졸업 때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평균 2억 원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면' 돈 쓰는 게 아깝지 않다는 부모가 많으나 대학 졸업해도 '돈 쓴' 보람을 못 느끼거나 '돈 쓰는 일'이 끝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재학생 중 25%는 '휴학'을 한다. 2019년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분의 1이 자기 전공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결정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52%가 1회 이상 전공을 변경했다.

2022년 통계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MZ 세대 10명 중 4명은 캥거루족(자녀가 대학 교육을 마치고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미취업으로 부모에 의존해 살아가는 젊은이)이라 한다. 요즘은 어렵게 직장을 잡아도 평생직장 개념보다 '이직'이 일반화돼 있다.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다가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런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아이의 진로와 교육 문제를 다시 냉정하게 살펴보자. '대학만 들어가면' 다 해결될 듯한데 현실은 아닐 수 있다. 손흥민 선수 뒤에는 헌신적인 아버지가 있긴 하지만 명문대를 졸업해도 자리 못 잡고 방황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많다. '부모 욕심'을 앞세우는 건 의도치 않게 아이 진로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젠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이나 공부를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고민하며 그런 '시행착오'에 대해 불안해하기보다 '견디고 이겨내는 힘'을 스스로 키워나가도록 하는 게 맞다.

사회 구조적인 탓으로만 문제를 돌리기엔 부모로선 당장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크다. 부모의 권위와 영향력이 강할수록 자녀는 자립할 시기를 놓치고 부모에게 의존하게 될 확률이 높다. 아이가 '자기 길'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서툴고 느리더라도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부모가 되자. '자기주도 학습 능력'은 단순히 학습 방법을 넘어 평생을 두고 키워야 할 '습관'이자 '생존 능력'이다. 부모가 옆에서 사교육 등 온갖 지원을 다 해준다고 해서 아이의 진로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게 아니라는 점,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자기 계발'은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는 점 등 눈앞 성과에 묻혀 중요한 '생존 능력'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문제 상황'은 대학생이 돼도 직장인이 돼도 계속 마주할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연습'할 기회를 주지 않고 서툴다는 이유로 부모가 매번 대신 감당해버리면 정작 성인이 된 자녀가 '자기 주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때 이를 스스로 하지 못해 애를 먹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노후자금마저 자녀를 위해 쓰는 그런 어리석음을 부모는 '헌신'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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