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정부가 ‘정책’을 세우면 국민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씁쓸한 얘기가 있다. 정부는 번드르르한 정책만 발표하고, 국민은 빈손으로 죽도록 땀 흘린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주도정이 농약과 화학비료(무기질비료)를 줄이기 위한 고온성미생물 지원은 대책이 있는 좋은 정책이다. 정부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대책이 없다. 농업인이 무조건 친환경농업을 하라는 것이다. 정책만 있고 대책이 없으니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가 전국에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이 제일 많다는 것은 모두 안다. 대책 없이 줄이는 정책만 내놓으면 말로만 하는 친환경농업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미생물비료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장에서는 코웃음 친다. 기존의 병에 든 미생물비료는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 병에 든 비료를 500리터 통에 희석해서 살포하기 때문이다. 마치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500리터 통에 희석해서 500명에게 나누어 주면 커피 맛이 나지 않고 맹물이 되는 것과 같다. 병에 든 미생물비료에는 양분이 없다. 그러니 농약도 화학비료도 줄일 수도 없고 돈만 버린다. 이번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고온성미생물은 화학비료와 병해충 방제 효과가 있는 미생물을 넣고 스스로 1000배로 배양하는 미생물이다. 배양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500명에게 500잔의 커피를 나누어 주는 것처럼 진한 미생물이다. 스스로 배양하기 때문에 방법을 잘 숙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가 공동으로 3일간 제주센터, 동부센터, 농업기술원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600명이 넘게 교육을 받았다. 동부농업기술센터 교육에는 개관 이래 가장 많은 250명 넘게 참석했다. 폭설이 쏟아지는 험한 날씨에도 우도에서 3대째 땅콩을 재배하는 어르신 농업인이 딸과 함께 5명이 배 타고 와서 참석했다. 미생물은 종류에 따라 기능이 다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는 고초균, 효모균, 유산균은 유기물을 발효시키는 최고의 미생물이다. 유기질비료를 발효시키는 ‘보카시’를 만드는 미생물이다. 유기질비료, 퇴비의 효과를 높이고 토양을 건강하게 만든다. 고온성미생물은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기능이 크다. 잎, 뿌리 주변의 병해충을 줄이고 뿌리를 건강하게 하는 미생물이다. 배양 과정에서 소량의 화학비료를 첨가하기 때문에 화학비료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20~30% 정도 줄인다. 제주에서 고온성미생물을 사용하는 1000명이 넘는 농가 중에 꽤 많은 농가가 농약과 비료를 줄여도 해거리 없는 최고의 품질을 생산해왔다. 제주도가 모처럼 말로만 농약, 화학비료를 줄이겠다는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뒤따랐다. 반가운 일이다. 농약, 화학비료도 줄이고 친환경농업도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현해남 제주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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