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3년여에 걸친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끝자락에 와 있다. 신규 확진자 숫자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하향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선별진료소도 한산함을 이어가고 있다. 방역지표들이 안전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당국의 판단은 기나긴 위기의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는 안도감을 제공한다. 방역 안정화에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를 실내와 실외에서 모두 해제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내 회의 자리에서 절반 이상의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를 낀 대화 자리가 안도감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위기'와 '코로나일상(With Corona 19)'의 시간들이 남겨준 흔적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많은 변화를 체감해왔다. 대면 관계의 변화가 가장 큰 것이다. 오프라인 대면보다는 온라인 대화에 적응하면서 실재와 가상의 유기적인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비대면으로 소통할 것이라는 미래사회의 청사진이 호사가들의 재빠른 입담거리가 아니었음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미래 가설을 접하던 대중들에게 코로나19는 새로운 사물의 질서를 선사했다. 직접 방문이나 만남을 회피하는 코로나 문화 때문에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으로 배달 받는 일이 새로운 물류 질서로 자리잡았다. 작게 보아 배달 문화의 확산으로 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경제 체제의 변화는 디지털문명의 본격화를 앞당긴 거대한 사건으로 기록할 만하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담론화와 산업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거치며 단단하게 새로운 체제로 자리를 잡았다. 개인의 일상과 사회 체제의 변화만큼이나 국가공동체 차원의 변화도 컸다. 코로나19가 안겨준 고통은 한국에 새로운 장을 마련해주었다. 전세계에서 7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배출하고도, 결정적 위기를 겪지 않고 확진자 수를 분산하면서 통제 범위 안에서 관리한 K방역의 성과로 인하여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위상의 국가로 한 단계 도약했다. 이는 방역당국의 노력과 더불어 한국 사람들의 공동체정신에서 나왔다.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서구사람들에 비해, 공동체의 안녕을 위하여 스스로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 수칙을 지켜낸 시민들의 생활문화는 한국인의 높은 도덕성을 잘 보여주었다. 이제 코로나일상은 온전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남은 과제가 많은데, 그 중의 하나는 그동안 침체 일로를 걸어온 예술계가 다시 활력을 되찾는 일이다. 온라인 시청각 문화가 활성화 일로를 걷는 동안 현장 방문 기반의 전시회와 공연 영역은 가장 먼저 치명적인 위기를 겪어 왔는데, 일상회복의 수순에서는 가장 더디게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다. 코로나19의 끝자락에서 예술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이유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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