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밥상문간 제주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찌개'. 3000원짜리 찌개를 주문하면 찌개와 콩나물 반찬, 밥과 숭늉을 먹을 수 있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 기사 수정 오후 2시 7분] '김치찌개 3000원'. 크게 오른 물가에 밥 한끼 사먹는 게 부담되는 요즘 같은 때에도 단돈 천 원짜리 세 장에 배불리 밥을 내주는 식당이 있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이도2동에 문을 연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이다.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은 도내 첫 식당이지만, 전국에선 4호점이다. 같은 이름의 식당이 서울 성북구 정릉동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에서만 3곳이 운영 중이다. 서울시 밖으로 뻗어 간 것은 '제주점'이 유일하다. 서울에 사무국을 둔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하 청년문간)이 제주에 터전을 둔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인화로)과 손잡고 영업을 시작했다. 청년문간이 운영 전반을 맡고 인화로가 근무 인력의 교육·훈련, 채용 연계 등에 힘을 모았다. "이전에도 두 조합 간의 교류는 있었지만 청년밥상문간 제주점 오픈은 작년 여름부터 추진됐습니다. '청년 먹거리' 문제에 대한 고민을 공통분모로 제주에도 이런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도 반영됐지요." 지난 6일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에서 만난 고호진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봄날창작소장이 말했다. 청년밥상문간 제주점. 왼쪽부터 고호진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 봄날창작소장과 서윤주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장. 청년밥상문간의 시작은 청년들이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바람이었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걱정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천주교 글라렛선교수도회가 2017년 처음 식당을 연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점 식당 한편에 걸린 설립 취지문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힘들어하는 청년들과 세상 사이를 이어주는 따뜻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간'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걱정 없이 찾아오는 곳, 마음 편히 쉬어가는 곳, 청년 스스로 그들의 건강한 문화를 창조해 가는 곳, 건강하게 숨 쉴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울이 아닌 곳, 그것도 물을 건너야 올 수 있는 섬인 제주에 네 번째 식당을 낸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청년문간은 '제주'가 청년들이 여행을 위해 많이 찾고, 또 오고 싶어 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여행을 왔을 때도 부담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서울과 제주, 두 지역의 청년 교류를 이어보자는 뜻을 실었다. 고호진 소장은 "청년문간이 주최하고 인화로가 협력해 플로깅, 청년영화제 등을 제주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청년들이라고 고시원, 도서관에 묶여 사는 게 아니라 제주 오름, 올레길을 걸으며 힐링하고, 그런 시간을 통해 서로 교류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밥상문간 제주점 메뉴판.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에는 계란프라이 셀프 코너도 있다. 가격은 500원이다. 이름은 '청년밥상문간'이지만 청년만을 위한 식당은 아니다. 한 끼 비용이 부담되거나 마음 편히 식사를 하고 싶은 모두에게 문을 열어둔다. 결식아동을 위한 '꿈나무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무료 식사도 가능하다. 인화로의 '동네부엌'에서 일하다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장을 맡고 있는 서윤주(59) 씨는 "이름에 청년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청년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고 웃으며 "가게 이웃 주민들도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 농담 같지만 정말 '3000원'이라는 가격으로 따끈한 찌개 한 냄비를 내준다. 고기나 라면, 어묵, 햄, 두부 등을 추가할 때는 1000원에서 2000원이 추가되지만 어딜 가나 8000원은 내야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요즘 물가를 감안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거기에 공깃밥과 숭늉은 여러 번이고 떠다 먹을 수 있다. 이 가격이 가능한 것은 온전히 '기부' 덕분이다. 김치찌개에 없어선 안 될 김치를 비롯해 쌀, 돼지고기, 햄, 쌀 등 원재료를 마련하는 데도 기부의 손길이 이어진다. 고 소장은 "지금 가게를 얻을 때도 건물주 분이 주위 다른 가게보다 저렴하게 임대를 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청년문간이 인화로를 통해 채용한 직원 둘만으로는 부족한 일손은 자원봉사자들이 채워 주고 있다. 식당의 김치찌개 나오는 곳. 직원이 점장을 포함해 두 명인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에선 '셀프 이용'이 원칙이다. 찌개가 나오면 이곳에서 받아 가면 된다.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은 모두에게 열린 식당이다. 결식아동을 위한 '꿈나무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무료 식사도 가능하다. 많은 이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제주점에서도 따뜻한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무인 주문대 아래 놓인 모금함에 가진 동전과 지폐를 넣고 가거나 청년밥상문간 제주점 온라인 모금함을 통해 일정 금액을 전하는 손님들도 있다. 이들의 기부는 밥 한끼가 간절한 청년과 이웃을 위한 식당에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다. 고 소장은 "제주에서도 청년밥상문간을 통해 나눔이 이어졌으면 하는 게 청년문간의 바람"이라면서 "이곳이 활성화되면 청년들이 맘 편하게 갈 수 있는 점포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밥상문간 제주점은 제주시 승천로7에 위치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마지막 주문 오후 2시30분)까지 영업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쉰다. 주문한 음식과 밥, 식기 등을 직접 가져다 먹는 ‘셀프 이용’으로 운영되며 술은 판매하지 않는다. 모두의 부담 없는 한끼를 위한 기부는 청년밥상문간 제주점 해피빈 모금함(온라인 기부 플랫폼)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청년밥상문간 제주점 무인주문대 아래 모금함이 놓여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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