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되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삽화=써머 일해서 얻는 게 밥입니다. 생은 여차저차 밥을 심고 밥을 걷어 오는 일입니다. 일 마치고 돌아와 스미는 불빛에 밥그릇이 놓였습니다. 혼자 차려 먹습니다. 밥을 또 다른 밥으로 채워야 하는 빈 그릇 같은 생은 어둑어둑한 그믐 달빛 아래입니다. 육신도 정신도 되었다가 육신도 정신도 못 되었다가 하는 밥 한 숟갈, 그 한 숟갈을 퍼서 무덤으로 옮기는 것인데 무수히 그릇을 내려놓고 그릇을 엎고, 마침내 가장 가난한 자가 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깨진 그믐달은 알고 있을지. 과연, 몸져 돌아누운 무덤도 엎었다 되집을 수 있기나 한지. 하여간에 어서, 혼자 먹는 밥을 식기 전에 어서 먹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라며? 아직 으슬으슬한데, 울안 복수초 노란 꽃잎이 피어 이런 말도 하는 것 같습니다.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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