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올 3월부터 제주도 내 초등학교에서 김광수 교육감 공약사항이었던 '저녁돌봄'이 시범실시 될 예정이다. 도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0개교에서 시범 실시 후 내년부터 도내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돌봄에 대한 책무를 단순히 부모에게만 떠넘기는 것이 아닌 사회와 국가가 함께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저녁돌봄은 맞벌이 가정뿐만이 아닌 정서적, 사회적으로 부모에게 온전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학생들까지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품는 것으로 저출산 시대에 국가적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저녁돌봄 정책의 중심이 과연 부모와 어른이 아닌 아이들의 입장에서 고려되고 추진되고 있을까? 사실 '저녁돌봄' 정책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맞벌이 가정 부모의 돌봄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추진됐는데 그 당시 제주도 내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서 저녁 9시까지 저녁돌봄이 실시가 됐다. 그러나 당시 저녁돌봄 정책은 대다수 학교에서 1~2년 사이에 신청학생 수가 없거나 줄어들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 저녁돌봄 정책이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 복합적 요인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돌봄 정책의 중심이 아이들이 아닌 맞벌이 부모들의 자녀를 맡아두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교실 수업이 끝나고 1시쯤 되면 오후 돌봄반에 들어가 새로운 아이들과 생활을 하다가 다시 5시가 되면 저녁돌봄을 신청한 아이들과 다시 부모가 데리러 올 동안 교실에 머무르게 된다. 오후 돌봄이 이루어지는 5시까지야 학교 내에서 여러 가지 방과 후 수업이라든지 여러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함께 지낸다 치더라도 대다수 학생들이 집으로 가는 5시가 넘어서 그 큰 공간에 소수의 일부 학생들과 지낸다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는 큰 상실감과 외로움을 준다. 더구나 함께하는 친구들 역시 오전·오후·저녁에 다 다르고 집에 가는 시간 역시 부모가 오는 시간에 맞춰져 하나둘 떠나가는 상황을 겪고 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저녁까지 남아있는 것보다도 몇 시간 혼자 있게 되더라도 집에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온전한 돌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단순한 안전을 담보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동시에 함께 지내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과 정서적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돌봄을 받는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지 않고 다시금 저녁돌봄 정책이 추진된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추진되는 저녁돌봄이 과연 지난 정책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 알 수 없으나 부디 이번에는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돌봄이 제공되길 기대해본다.<김동철 제주인화초등학교 교사>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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