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 11일 제주들불축제장인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을 찾은 방문객들이 축제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듬돌 들기' 경연을 벌이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주시가 주최한 2023 제주들불축제가 '불' 없는 들불축제로 12일 막을 내렸다. 25회째인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준비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국내 산불 영향으로 킬러 콘텐츠인 '오름 불 놓기' 등 불 관련 프로그램이 모두 취소됐다. 나머지 프로그램은 4일간 대부분 예정대로 치러졌으나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산불이 집중되는 봄철에 개최되는 들불축제에서 '불'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 축제의 방향을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난 11일 오름 불 놓기가 사라지면서 주최 측이 집계한 이날 하루 입장객은 정상 개최했던 해와 비교해 3분의 1로 줄었다. 일부 방문객들은 축제의 백미로 꼽혔던 오름 불을 구경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축제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전국의 산불 위험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울리면서 안전을 위해 불 놓기를 취소한 게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축제 기간 행사장 주제관에서 열린 '축제 환경변화 대응과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제주들불축제 발전 방안 포럼'에서는 환경을 고려하는 축제,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발표와 토론이 잇따랐다. 일부 토론자는 3~4월 두 달간 봄철 산불 특별 대책 기간이어서 다음에도 오름 불 놓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월대보름이 있는 겨울철로 앞당기는 방안도 제시했다. [관련 기사] "제주들불축제 환경 영향 최소화 지속 연구 필요" 하지만 들불축제 일정을 초창기 정월대보름 전후에서 지금의 경칩 시기로 변경한 배경에 악천후가 작용했다는 점에서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들불축제의 전신인 '정월대보름들불축제'의 경우 강풍, 추위, 눈이나 비 날씨로 오름 불 놓기를 연기하는 일이 잦아지자 16회였던 2013년부터 명칭을 달리해 3월 초 경칩이 속한 주말로 기간을 옮겼기 때문이다. 들불축제는 '불' 콘셉트에 대한 점검만이 아니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비한 축제장 활용 방안 마련도 과제다. 올해만 해도 약 17억 원이 들불축제 단일 행사에 배정됐고 여기에 지난 10년간 축제장 시설 공사에 투입한 비용만 100억 원 규모다. 3300대 이상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등 2000년 이후 새별오름 일대를 축제장으로 고정하면서 제주시가 쏟은 예산이 적지 않다. 제주시 관계자는 축제 일정과 관련 "기상 상황을 고려해 봄철 축제로 바꿨는데 다시 정월대보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과 관광객들이 새해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들불축제장을 방문해온 만큼 그 취지를 살려 새별오름의 의미를 담은 '별빛 축제' 등 축제장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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