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내달 3일 거행되는) 제주4·3희생자 추념식 때 큰아버지 영전에 무죄 판결문을 갖다 바칠수 있게 무죄를 선고해주십시오" 제주4·3 재심전담 재판장 인사 이동 후 재개된 4·3재심 재판에서 검찰이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그러나 이날 유족들이 바라던 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4·3재심 재판은 희생자들의 신속한 명예회복을 위해 검찰 구형과 선고가 한꺼번에 이뤄졌지만 새로 부임한 재판장은 "(무죄라는) 결론은 명백하지만 처음 맡은 4·3재심 사건인 만큼 숙고해 판결문을 남기도록 하겠다"며 선고 공판을 연기하고 유족들의 이해를 구했다. 제주지법 4·3재심 전담재판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제25차 직권재심 공판과 유족들이 청구한 4·3재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34명 모두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피해자들의 온전한 명예회복과 불행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심 재판을 받은 4·3 희생자 대부분은 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죄 또는 내란죄를 뒤집어 쓰고 다른 지역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한국 전쟁이 터지고 난 후 행방불명됐다. 이날 재판에서도 한 맺힌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故 이정우씨 며느리 김순자씨는 "시아버지가 목포형무소에 수감되면서 어린 나이의 남편은 생년월일도 모르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채 살았다"며 "형무소가 너무 춥다는 시아버지 말에 시어머니가 한 달 만에 뜨개질로 옷을 지어 형무소로 다시 찾아갔지만 시아버지는 없었다. 얼마나 황망하했겠는가"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씨는 "남아 있는 사진 조차 없어 남편은 평소 '아버지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라도 만지고 싶다'며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다"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故 현덕홍씨 조카 현종훈씨는 "큰아버지를 잃은 한을 평생 품고 살던 아버지가 2년 전에 돌아가셨다"며 "이런 재판이 조금이라도 일찍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쉽다"고 울먹였다. 이어 이번 4·3추념식 때 큰아버지 영전과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영전에 무죄 판결문을 갖다 바칠 수 있도록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故 김병민씨 아들 김근우씨는 "4·3 당시 아버지는 폐병을 앓아 집밖을 나오질 않았지만 초등학교에서 형수가 총 3발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치료를 위해 형수를 업어 인근 병원에 갔다"며 "다음날 형수에게 덮을 이불을 가져다주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군경의 총을 맞고 체포된 후 대전골령골에서 총살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단 두 번 집밖에 나갔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잡혀가 희생됐다"며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재판부는 두 재심 사건에 대해 4·3추념식 다음날인 4월4일 선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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