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와 있을 때 스마트폰 등에 시선을 고정하다 보면 아이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를 잘 돌보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방임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하는데요.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진정한 '돌봄'이란 어떤 걸까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는 '아동학대'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으로 아동 학대 예방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학대 행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학대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정서적 학대나 방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 아이를 제대로 돌보고 있는가'하는 것이지요. 좋은 옷을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재밌는 곳에 놀러가는 것을 '돌봄'의 전부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 키우는 눈맞춤… '미디어'에 가로막히기도 영유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부모의 '제대로 된 돌봄'이 필요합니다. 이때 돌봄을 잘 받아야 커 가면서 안정감,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함, 허전함, 쓸쓸함, 무서움, 두려움은 마음 깊은 곳에 구멍을 냅니다. 그 구멍이 커지다 보면 사춘기를 겪으며 '난 원래 이런 아이야'라는 자기 비하를 하며 그 속으로 빠질 수도 있지요. 그러면 더욱 더 마음이 행복하지 않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 마음에 구멍을 만들지 않으면서 제대로 돌본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는 힘이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 먹을 수도, 춥다고 말할 수도 없지요. 이렇게 무기력하게 태어나는데도 온 감각은 열려 있습니다. 이 시기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와 주위 어른들의 따뜻한 보살핌입니다. 갓 태어나 잠만 자던 아이가 눈을 떴을 때 보듬어주고 눈을 맞춰 주면 아이는 쑥쑥 자라납니다. 이처럼 아이를 잘 돌보는 게 항상 같이 있어야 하고 놀아 줘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필요하고 원할 때 눈을 맞추고 바라봐 주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엔 미디어가 이를 방해하는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와 있을 때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등에 시선을 고정하다 보니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면서도 눈은 스마트폰에 맞추는 부모도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를 보고 있는데 부모가 스마트폰만 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는 불안감,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기댈 수 있는 편안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영아라면 계속 보챌 수 있습니다. 부모가 눈을 안 맞춰주니 '엄마 아빠, 이것 봐'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그런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부모는 "왜 자꾸 보채? 짜증내?"라는 반응만 보일 뿐입니다. 정서적 방임이나 방치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가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겠다며 깔끔하게 씻기고 입히는 데 집중하거나 다양한 경험, 관계를 만들어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만 찾아다니는 것도 그렇습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 따뜻한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감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또 하나의 구멍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곳만 바라보며 "너는 왜 맨날 그래?"라며 다른 아이와의 보이지 않는 비교를 끊임없이 하기 때문이지요.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맞춰 보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이와의 정서적 안정감을 쌓기 위해선 함께 있을 때가 중요합니다. 서로 같이 있는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눈을 맞춰 보세요. 아이 앞에선 우선순위를 온전히 아이에게 둬야 합니다. 아이가 엄마 아빠를 부를 때 바라봐 주고, 하고 있는 놀이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처럼 말이지요. 집안일을 하려고 잠시 자리를 비울 때도 "엄마가 필요하면 불러"라고 말해주기도 하고요. 정서적 안정감은 '정서적 돌봄'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살을 비비며 함께하는 경험도 그런 겁니다. 주말 아침에는 이불을 개거나 씻는 것을 먼저 하기보다 아이와 몸으로 뒹굴며 놀아 보세요. 이런 느낌의 경험이 몸에 습관처럼 저장돼 있어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어른이 돼서도 부모가 아픈 배를 쓸어 줬던 것을 기억하는 것은 정서적 편안함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아이의 불안감이 크다는 생각이 들면 잠자고 일어날 때 옆에 있어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이가 잠들었을 때 머리를 쓸어주며 "사랑해"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 깨어날 때도 "잘 잤어?"라는 인사와 함께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자고 있더라도 그 느낌은 전해질 거예요. 이는 아이가 자신이 지지와 응원을 받는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난 소중한 아이야'라는 생각을 저장하게 할 것입니다. 정서적 안정감은 부모의 좋은 관계로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의 사이가 괜찮아야 아이들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 '6초 포옹'([관련 기사] "오늘부터 '6초 포옹' 해 보세요")에 대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빠가 가장 먼저 엄마와 안부를 묻고 가볍게 포옹하는 분위기만으로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며 흐뭇해 할 겁니다. 이처럼 가정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안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 아이들에게 줘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정서 중 하나가 행복감입니다. 이건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행복감을 느껴본 아이가 진짜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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