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주중학교에서 진행된 4·3평화·인권교육에서 강춘희 명예교사가 학생들에게 4·3 당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주 4·3은 우리 가정만의 역사가 아니라 제주도의 역사였고, 제주도의 역사는 한 섬의 역사가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였다." 중학생들 앞에 선 강춘희 할머니는 담담하지만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27일 제주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제주4·3의 교훈을 후세대들에게 전승하는 '4·3평화·인권교육'이 진행됐다. 이날 수업에 나선 강춘희(77)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는 '용서함은 평화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4·3 당시 강 명예교사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생생히 설명했다. 강 교사는 제주시 오라동 연미마을에서 태어났다. 연미마을 동장을 지낸 할아버지와 할머니, 농업고등학교를 다녔던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다섯 식구였다고 한다. 4·3 당시 서북청년단과 토벌대가 마을을 오가며 젊은 청년들을 찾아다니자 강 교사의 할아버지는 집 천장과 마루 아래 등에 젊은이들을 숨겨줬고, 이 사실이 발각돼 청년들과 함께 잡혀가 목포형무소에 수감된 뒤 행방불명됐다. 아버지 역시 학교를 다녀오는 길에 누군가가 조사를 하겠다고 데려간 뒤 지금까지 만날 수 없었고 '오라리 방화사건' 이후 민오름 인근에 숨어 살다 태어난 남동생도 주정공장에서 몽둥이에 맞아 크게 다쳐 3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4·3으로 인해 온 가족을 잃고 엄동설한 같은 77년의 세월을 눈물로 살았다"며 "여자도 배워야 한다는 할머니의 가르침으로 열심히 공부해 4·3에 대해 알고,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교사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은 안타까움에 탄식을 내뱉기도 하며 제주4·3을 가까이에서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마음에 꿈이 있다면 이룰 수 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며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면서 튼튼한 대한민국의 청년들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제주중학교 3학년 강동헌 군은 "4·3 당시에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 슬펐고 유족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며 "우리나라 사람끼리 그런 폭력을 저지른 것에 화가 나기도 하고 할머니네 가족에게 생긴 일이 안타까웠다"고 수업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4·3 명예교사제를 신청한 63개 초·중·고등학교에서 4·3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명예교사와 함께 현장감 있고 내실 있는 4·3평화·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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