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국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인 제주 4·3 75주년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통한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상당한 진척을 봤다. 4·3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4·3 진상조사보고서 발간, 대통령 사과, 국가추념일로 지정됐다. 또 4·3 직권재심을 통한 피해자 명예회복과 보상 등이 진행되고 있다. 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4·3의 완전한 해결은 요원하다. 4·3 특별법 개정과 정명(正名) 정립 등 미완의 과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선결 과제는 4·3 특별법 보완이다. 잊을만하면 4·3 왜곡 등 망언이 잇따라 튀어나와 유족과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어서다. 대표적 사례가 4·3 폄훼 인사의 과거사정리위원장 임명, 역사교과서 4·3 서술 축소, 태영호 국회의원의 4·3 김일성 지령설 등이다. 이미 정부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규명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화해와 상생의 4·3 해결 과정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또 역사적 비극을 정략적으로 악용함으로써 희생자와 유족에게 지을 수 없는 상흔을 안기고 있다. 늦게나마 4·3 왜곡 처벌 조항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국회의원이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4·3 진상조사 결과와 희생자, 유족, 관련 단체를 모욕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4·3 특별법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제재 근거가 불명확하고 벌칙조항이 없어 4·3 왜곡을 단죄하지 못했다. 따라서 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도민사회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핵심 과제는 4·3의 올바른 이름을 짓는 정명 정립이다. 4·3 평화기념관에는 표면에 아무런 글자가 새겨지지 않은 비석이 누워있는 채 전시돼 있다. 이른바 이름을 짓지 못한 '백비'다. 사건 발생 75년이 지나도록 이름을 짓지 못한 4·3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현대사의 큰 사건 중 4·19 혁명은 이미 법·제도적 공인이 이뤄졌다.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 항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마련한 개헌안 전문에 명시될 정도로 민주화 운동으로 공인받았다. 반면 '제주4·3'은 그냥 '4·3'이다. 정부 4·3 진상조사보고서는 사건의 정의는 내렸지만 성격 규정이나 역사적 평가는 내리지 않았다. 정명운동으로 국민적 추인을 받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추진해야 한다. 오영훈 도지사는 후보 시절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추가 진상규명으로 정명을 이뤄 백비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마침 도의회 4·3 특별위원회도 정명을 향후 최대 과제로 꼽고 상반기 내 정명과 관련 도민 인식조사를 하기로 했다. 4·3 전문가, 학계, 유족회 등 사회 각계각층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정명 작업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대용 한라일보 논설위원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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