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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불참에 4·3 폄훼 논란 속 혼란한 추념식… "너무 속상해"
제75회 4·3 추념식장 찾은 유족·도민들 희생자 영령 추모
최근 논란 현수막 등 유족에 상처… "이념적 공세 없기를"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3. 04.03. 16:51:39

3일 제주4·3 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이 희생자 표지석을 찾아 제를 올리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한라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추념식에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오지 않았고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윤 대통령은 와야 한다." 윤상택(86) 씨는 목소리를 높여 서운함을 말했다.

3일 제75회 4·3 추념식이 거행된 제주4·3평화공원에는 4·3 희생자 유가족과 제주도민 등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4·3 영령들을 추모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인사들이 불참하고 최근 제주 지역에 '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되는 등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추념식이 진행되며 아쉬움을 말하는 유족들도 있었다.

이날 아침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왔다는 윤상택 씨는 "경찰과 군인이 학교 운동장에서 사람들을 세워두고 기관총을 쐈다"며 "아버지는 총에 맞아 돌아가셨고 함께 있던 형님은 아버지가 몸으로 덮어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으로써 윤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할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4·3 희생자 각명비 앞에서 준비해 온 음식과 술로 절을 올리고 아버지의 이름이 있는 비석을 연신 닦아내던 임정희(81) 씨는 아버지라는 단어를 듣자 눈물을 흘렸다.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가 고향인 임정희 씨는 "내가 6살 때 집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 아버지와 사람들에게 수갑을 채워 마당에 꿇어 앉혔다"며 "호미를 가지고 올 테니 수갑을 끊으라고 아버지에게 말했지만 아버지는 저녁에 돌아올 테니 기다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 모습이 임정희 씨가 기억하는 당시 31살이었던 아버지 임남규 씨의 마지막이었다. 임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들게 살았고 '부모님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생각에 아버지가 항상 그리웠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최근 제주 지역에 게시된 현수막과 관련해서는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임 씨는 "거리에 있는 현수막을 봤는데 속상하고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75년이 지났는데 이제는 더 이상 논쟁 없이 모두가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3일 제주4·3 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이 위패봉안실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한편 김창범 제주4·3 희생자 유족회장은 이날 추념식 인사말을 통해 "최근 4·3의 역사적 진실에 대한 왜곡·폄훼로 인해 유족들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살갗이 찢어지듯 깊은 아픔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주4·3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역사가 아니라 인권유린에 관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이제는 4·3에 대한 이념적 공세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국민 대화합의 시대로 향해 가는 데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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