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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인원제한 없는 추념식… 끝없이 이어진 추모 물결
본행사 시작 전 극우세력 집회 시도 눈살
정부 주도 공식 문화제 "아쉽다" 평가도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3. 04.03. 16:58:56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3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유가족들. 제주도사진기자회

[한라일보]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가운데, 3년 만의 대면 추념식으로 1만여 명이 넘는 유족이 참석해 추모의 뜻을 더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 추념식을 앞두고 불거졌던 4·3폄훼 논란이 추념식 당일까지 이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3일 오전 본 행사를 3시간여 앞둔 시각, 강한 바람과 쌀쌀한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추념식장을 찾는 고령의 유족과 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념식장 입구에 들어서자 일부 극우세력의 4·3 폄훼·왜곡을 규탄하는 현수막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특히 추념식장 건너편에선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가 집회를 위해 현장을 찾아 유족, 민주노촌 제주본부 등과 뒤섞이며 소동이 벌어졌다.

제주4·3평화공원 내 위령탑과 행방불명인 표석, 각명비에도 각기 사연을 지닌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이 가족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제를 올렸다. 특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표석에 귤과 과자, 물, 막걸리 등을 두고 제를 올리기도 했다.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3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유가족들. 제주도사진기자회

행사장 내부는 인원 제한이 엄격했던 지난해와 달리, 각 지역별 4·3유족회 지회와 자원봉사단 등이 참석하며 인파로 가득했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사이렌과 묵념을 시작으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거행됐다. 특히 부모, 할머니, 두 형, 누나를 모두 잃고 이삼문(1941년생)이 아닌 박삼문((1953년생)이라는 이름으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의 사연이 소개될 때 일부 유족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이정현 첼리스트(충북예술고 1학년)와 전예주 학생(백록초 3학년)의 '애기 동백꽃의 노래'를 부르자 숙연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도사를 읽는 도중 '반도체', 'IT', '디지털' 등의 문구가 열거되자 일부 유족이 한숨을 쉬거나 자리를 박차는 모습도 목격됐다.

특히 처음으로 본 행사 식후 행사로 정부 주도의 공식 문화제가 진행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 행사가 끝나자마자 내빈을 비롯한 유족들이 우르르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객석이 텅 빈 데다, 식수 행사가 40분 가량 진행되며 오히려 유족들의 헌화와 참배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3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유가족들. 제주도사진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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