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다랑쉬 오름까지 들릴 것 같은 묘한 여운 속에서 부지런한 노동요소리 가득하였던 끈기의 터전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곳. 정주공간을 벗어나 마을 남쪽으로 올라가며 농경지대를 바라보면 제주의 옛 모습, 그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곳. 목축과 농경, 어로에 이르기까지 삶을 지탱해온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단순하게 구좌읍의 중심지라고 하는 행정적 표현에 앞서서 느껴지는 것은 지세(地勢)가 주는 힘이 있으니 가능했을 것이다. 다랑쉬 오름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세화리 지경은 먼저 목가적인 풍광이 일품이다. 목장지대와 함께 한 푹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풍광 또한 섬 제주의 참멋을 선물해주고 있다. 저 아래 바닷가 인근 주거지역의 공간적 여백이며 후속들을 위한 지속가능성으로 느껴진다. 그 아래로 밭들이 내달리며 농업경쟁력을 보여주니 생동감이 넘쳐난다. 오름에서 바닷가까지 섬 제주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남쪽으로는 송당리, 동쪽으로는 하도리와 상도리, 서쪽은 평대리와 접해있다. 바다에는 넓은 백사장이 있고, 1종항인 세화항이 있다. 바다자원을 통한 주민소득도 대단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 해변경관이 주는 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구좌지역 물류와 교육의 중심지이기에 읍사무소가 소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주시 동부 핵심지역이라고 해야겠다. 설촌의 역사를 살피다보면 마을 명칭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말씀은 충혼묘지 동쪽에 우묵하게 보이는 일대를 이르는 지명이 '가는곶머세'라고 한다. 700년 전, 이 일대에 최초로 정착해 목축과 화전을 일구며 생활하다가 차츰 바닷가 인접지역으로 생활하면서 마을이 번창했다는 것이다. 세화(細花)라는 명칭이 제주어로 부르던 이 지명에서 시작된 것. 가늘다는 의미의 '가는' 과 '곶'을 꽃으로 미화해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 한다. 탐라순력도에도 세화라는 마을 명칭이 보이니 최소 300년은 넘게 불러온 細花里. 인근 지역보다 부자가 많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생활터전의 풍요도 있었겠지만 부지런함을 가장 큰 자산으로 이룩한 마을공동체가 세화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 있다. 예로부터 생활력 강한 사람들이라 일컬어 왔다는 것. 거기에다가 강한 공동체의식이 더해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으니 마을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세화리 사름덜이 모돠들민 세상에 못 헐 일이 어디 싯느니?!'라고 한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수눌음정신으로 무장한 강력한 마을공동체 자신감이 깊이 뿌리내린 곳이다. 그래서일까. 부지성 이장이 밝히는 세화리의 자긍심은 '불굴의 의지'라고 했다. 결단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사람들의 마을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마을 발전의 원동력은 그 구성원들의 의지와 협력에 의해 현실화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마을이다. 거기에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개방성과 포용력을 발휘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 가능성을 부가가치로 창출하고 있으니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외부에서 들어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생업이 공간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포용력 이상의 진취성은 없다는 명제가 세화리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한다. 배타성이 설 자리가 없는 곳.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광산업과 연계된 역동적인 실천전략을 추진하는 모습에서 애향심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하게 된다. 세대를 이어가는 마을공동체의 모습이 아름답다. 여기에는 외부에서 들어와 살며 당당하게 세화리민임을 자부하는 주민들의 역할도 크게 기대되는 것이다. 다양한 전문성의 수혈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곧 세화리의 미래다. 이미 도농복합지역이라는 정주여건이 확보된 상태에서 세화리가 전통적으로 이어 내려온 억척스런 생활력은 어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것인 지 자못 궁금하다. 마을공동체 사업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으니 발전 가능성에 있어서 결코 제주의 어떤 마을에 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근원적으로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제주스러운 것이 세화리에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무너지지 않는 한 고부가가치 발전은 약속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각예술가> 세화민속오일장과 주변풍경 <수채화 79㎝×35㎝> 다랑쉬의 봄 <수채화 79㎝×35㎝>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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