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웬 중년 여성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누구인지 얼른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렸다. "아? 그분이구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1년 전에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던 얼굴만 기억했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다시 나서 멋지게 꾸민 건강한 모습을 알아채지 못했다. 탈모는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항암제의 부작용이다. 사람들은 항암치료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머리가 빠진다고 알고 있다. 항암제 투여 후 대략 2주가 지나면 머리카락들이 빠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어느 날 머리카락이 한 운큼 빠지면 깜짝 놀란다. 탈모는 외모의 변화와 자존감 상실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남성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환자들은 머리가 빠진 모습을 남들이 보고 남들이 자신을 암 환자라고 알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피해 다닌다. 이들에게는 머리가 빠졌다는 현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항암치료 전에 상담을 통해 탈모로 인한 문제 정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용기를 주고 실질적인 대처법들을 알려준다. 첫째, 극히 일부에서만 영구 탈모가 발생할 뿐 머리카락들은 항암치료가 중단되면 다시 나오기 시작해서 3개월이 지나면 확연히 많아지고 치료 전과 같은 모습은 약 1년 정도 지나야 가능하다. 다행히 머리카락들이 약간 곱슬로 나오기도 해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둘째, 어느 날 갑자기 뭉텅이로 빠지는 쓰라린 경험을 겪지 않도록 탈모가 시작되는 날짜가 다가오면 용기를 내서 미리 삭발을 하라고 권고한다. 또한 머리가 많이 빠지면 잠을 잔 후 베개와 이부자리에 머리카락들이 항상 있어서 마음이 늘 편치 않고 청소하기도 바빠진다. 이런 경험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바로 선제적 삭발이다. 삭발의 시기는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7일쯤 지나서가 가장 적당하다. 셋째 일단 탈모가 생기면 예쁜 두건이나 멋진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에 한동안 항암치료를 받는 여성 환자들에게 예쁜 두건을 서초동 고속버스 지하상가에서 구매해서 선물했던 기억이 새롭다. 환자들이 호응이 참 좋았었다. 항암제에 의한 탈모를 예방하는 방법들로는 두피 압박, 두피를 차갑게 하기, 발모촉진제인 미녹시딜과 비타민 D3 같은 약물의 사용 등이 동물연구를 통해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에서 예방효과가 인정되는 방법이 두피를 차갑게 하는 것이 유일하다. 간혹 머리가 빠지지 않아서 항암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을 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관련이 없다. 긍정의 힘을 믿고 탈모를 잘 극복하기를 기원한다.<한치화 제주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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