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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성의 한라시론] 도덕성 결여 고위공직자 후보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4.20. 00:00:00
[한라일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낙마한 이른바 '정순신 사태'는 '권력형 학교폭력 무마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서울대 법대 졸업과 사시 합격, 화려한 검사 경력을 지닌 정순신이 놓친 건 바로 '도덕성'이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시절 정순신은 학교폭력 가해자인 아들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법 기술을 활용해 소송을 남발하며 피해자에게 계속해서 2차 가해를 한 당사자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갈등이나 가책이 없었다는 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고위공직자 임명에 별문제가 안 될 거라 판단한 점이 정말 합당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안은 법적인 판단 이전에 도덕적으로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선을 넘은 '매우 부도덕한' 사안이다. 수려한 말솜씨와 법 기술로 사안을 나름 '가치 중립적'으로 보려 하는 태도 자체가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지만, 부모는 부모니까 아들 편에서 방어할 순 있다고 본다. 그럼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고위공직자 후보는 맡지 말았어야 옳다. 법 위반에 대해선 평생 엄격하게 남에게 잣대를 들이대면서 '도덕성 흠결'에 대해선 위법만 아니면 별거 아니라는 식의 우둔한 '도덕의식'을 평생 지니고 살아온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법적인 문제만 없으면 '도덕성 흠결 정도는 가볍게 여기는' 그런 분위기를 왜 국민이 감내해야 하는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사회 구성원이 기대하는 '보편타당한 도덕성'을 기본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게 맞다. 서울대 입시나 사시에서 '도덕성 요건'을 객관적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명백한 도덕성 결여'가 고위공직자 후보자에게 발견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one-strike out)'으로 일관되고 엄중하게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순신은 처음부터 국가수사본부장 후보를 스스로 정중히 사양했어야 했다. 서울대 진학한 정순신 아들은 졸업하고 로스쿨에 진학은 할 수 있다고는 보나, 판사 검사 등 고위공직자 임용은 되지 않는 게 옳다. '폭력 가해자'가 사법 정의를 외치는 아이러니를 허용하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사회 여론이 '도덕성 흠결'이 있는 고위공직자 임명 반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이런 사회 분위기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을 원하는 자라면 모름지기 '도덕성'에 흠은 없는지 평소 스스로 경계하고 '사태'를 미연에 예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법이라는 가치 중립적 접근, 법 기술 관점에서 벗어나, 고위공직자 후보에게 '도덕성'을 호소하는 게 정말 이상적이기만 한 요구사항인가?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할 인재에게 '평생 바르고 모범적으로 살아왔는지' 물어보는 게 그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인가? '도덕 불감증'에 둔감하고 무기력한 사회, 생각만 해도 답답하지 아니한가?<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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