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북동부 산지에 위치한 도시 '마슈하드'에는 옷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담벼락에 옷을 걸어두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매서운 추위는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아주 힘든 겨울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 노숙자들을 걱정하던 익명의 시민이 거리에 나와 알록달록한 색으로 벽을 칠한 뒤 벽에 못을 박고 옷걸이를 걸어두었다. 그리고 그 옆에 "필요 없는 물건은 두고 가세요. 필요한 물건은 가져가세요"라고 써 놓았는데 이 벽이 바로 마슈하드의 '친절의 벽'이다. 마슈하드 시민들은 따뜻한 옷가지들을 들고나와 친절의 벽에 걸어두며 열정적으로 호응했고 이 훈훈한 이야기는 곧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이란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친절의 벽이 등장하게 됐다. 옷뿐만 아니라 가방, 신발, 모자 심지어 빵집은 바구니 가득 빵을 가져다 놓았고, 길거리 한 구석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버스커들은 팁을 모으는 통에 돈이 필요한 분은 가져가도 좋다는 글귀를 적어 놓기도 했다. 우리가 알던 벽은 공간과 공간을 나누고, 안과 밖을 경계 짓고,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차가움이라면 친절의 벽은 특별한 예산이 없어도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무관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낭만적인 벽이라고 말하고 싶다. 노숙자를 걱정하는 선한 마음이 만들어 낸 나비효과가 아직도 이란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예산이 없다고 쉽게 말하고, 쉽게 포기하고, 빨리 편해지는 건 아닌지 조용히 반성해 본다.<강현수 서귀포시 여성가족과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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