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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인의 한라시론] 남는 쌀이 없는 밭농사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5.04. 00:00:00
[한라일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양곡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도에 쌀은 136㎏, 보리는 37㎏을 소비했는데 당시 육류소비량은 5.2㎏이었다. 그로부터 52년 후인 지난해에 쌀은 56㎏, 보리는 1.6㎏을 소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반면 육류는 쌀과 같은 양을 소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쌀 소비량은 한 사람이 하루에 밥 한 공기 반 정도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쌀 소비량이 줄어든 이유를 밀가루 소비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과거와 다르게 밀가루의 소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밀가루를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는 빵이나 과자류 등 밀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의 소비가 쌀 소비 감소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식품 소비 형태는 경제발전에 의해 양곡의 소비는 줄어들고 돼지고기 등 육류의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쌀 소비의 감소로 인해 재고의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농업인들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쌀 문제의 해법을 두고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논은 밭과 달라서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소득 유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제주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섬이라 농업의 기반이 되는 흙은 육지부와 다르게 돌과 화산재로 이뤄져 척박하다.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은 1년 3개월의 짧은 재임기간 중 공무를 수행하며 알게 된 자연, 역사, 풍속, 방어 등에 대한 그 시대의 상황을 '남환박물'이란 기록으로 남겼다. 그중 농업과 관련된 것을 보면 '토질이 척박하고 밭을 밟아주지 않으면 씨를 뿌리지 못하고 거름을 하지 않으면 이삭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밭 밟기를 한다'고 기록했다. 이와 같이 거친 땅을 일궈 농사를 짓고 식량을 생산하며 삶을 이어오신 선조님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가 바로 밭이다.

거친 땅에 씨를 뿌리기 위해 돌을 골라내고 그것으로 울타리를 쌓아 경계를 이루고 바람을 막아 곡식을 키워내었던 것이 '밭담'으로 지금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일구어진 밭에서 1938년 가장 많이 재배한 식량작물인 조는 3만㏊ 이상 생산해 당시의 주 식량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메기떡은 술 제조하기 위해 좁쌀을 가루 내어 익히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조를 원료로 한 전통주가 있을 만큼 조는 중요한 식량이었다. 이후 신품종 보리가 도입되면서 1960년도에는 보리 생산량이 3만㏊ 가까이 확대되면서 보리가 주식이 됐던 적이 있다.

현재는 식량을 목적으로 재배하는 작물은 거의 없고 주로 과수와 채소를 생산해 소득을 얻고 있다. 육지부의 논과는 다르게 작물 선택의 폭이 넓은 장점을 가진 밭을 유산으로 남겨주신 선조님들에게 요즘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문영인 제주농업생명과학박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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