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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새 5분의 1 이상 줄어든 용머리해안 탐방일수 기존 생물의 부착 기반 위협 빛단풍돌산호 확산 빠른 수온 상승… 생태계·해안지역 피해 이어져 [한라일보] "큰 파도가 하늘에서 방아질을 하듯이 출렁이었고, 모진 바람이 바다를 키질하듯이 흔들어 댔다." 조선 시대 제주 사람 장한철이 지은 '표해록(漂海錄)'에 나오는 표현이다. 뱃멀미로 한 번이라도 고생해 본 사람이라면 정말 죽고 싶었던 기억이란 걸 나도 안다. 차라리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더 낳다 싶을 만큼 괴로웠던 일 말이다. 시도 때도 없이 변덕을 부리는 바람 때문이었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저인망 조사를 하다 만난 높은 파도와 바람을 피해 성산포항으로 피항하던 때 일이었다. 해양 연구 40여 년 동안 딱 한 번 겪은 지독한 멀미였다. 배에서 내리고 나서도 하루는 땅 멀미로 고생했었다. 그제야, 제주 바다의 거친 야생성을 목격하고 무서움을 느꼈다. ![]() 최근 몇 년간 신문과 방송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자극적인 제목이 자주 등장했다. 독자나 시청자의 눈길을 얼마나 잡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여러 기사 가운데 일부를 살펴보자.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도가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한 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또 있다. "부산·제주 사라진다. ... 극한 한반도 상황"이라는 제하의 방송 뉴스도 있었다. 후자에는 30만 명이 내륙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설명까지 있었다. 2021년까지 33년간 해수면은 9.9㎝ 상승하고, 2100년이 되면 82㎝까지 된다고 하니 놀랍다. 물론 지금과 같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가정이다. 그리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면 기후재앙을 지역에서 적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희망도 달았다. 1980년 제주도청에서 펴낸 '국민관광 I, 제주도'의 기후 편에 따르면 "본도는 언제나 난류의 영향을 받아 기온은 매우 온화한 편이다. 여름 기온은 24℃ 내외이고, 최고기온이라 할지라도 30℃를 넘는 때가 없다."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6℃였다. 또 8월 19일에는 낮 최고기온은 35.4℃까지 치솟았으며, 제주의 폭염 일수(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27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용머리해안은 10여 년에 만 종일 탐방일수가 5분의 1 이상 줄었다. ![]() 제주도의 위기 이면에는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1992년부터 보고서를 내기 시작해 올해 초 6차 보고서까지 내면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활동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주된 원인이라고 과학적 사실로 밝혔다. 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여러 가지 생태계 변화와 기상 이변으로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동안 긴가민가하던 일반인들조차 기후변화가 위기로 다가오고 있음을 30여 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체감하고 있다. 6차 보고서에서는 전 지구 온도는 1850~1900년과 비교해 2011~2020년 현재 1.1℃가 상승했다고 했다. 노력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이나 생물 다양성 피해 등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제 제주도가 당면한 현황이 IPCC 보고서에 제기하는 상황들보다 앞서가고 있어서 구체적인 행동이 시급하다. ![]() 녹색연합에서는 지난해 연말 제주도의 수중 생태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연산호 군락이 기온상승으로 유입된 것으로 생각하는 돌산호 때문에 사라질 위기라 발표했다. 특히 빛단풍돌산호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바위에 납작하게 부착해 사는 이 돌산호는 다른 생물들의 부착 기반을 아예 없앤다. 걱정이다. 아직은 얕은 곳의 비교적 평탄한 지형에 분포를 넓히고 있다. 햇빛이 있어야 한다는 방증이다. 이 돌산호와 거품돌산호의 확산은 15여 년 전부터 여러 스쿠버다이버로부터 꾸준하게 입소문이 난 바 있다. 한편 담홍말미잘을 난대성 지표종으로만 내세우긴 아직 성급하다. 이들은 적어도 30년 전에도 수중에서 쉽게 관찰되었던 종들이다. 한국동식물도감 제39권 동물편(산호충류)(2004)에서 담홍말미잘은 제주도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으로 구로시오가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미포, 구조라, 홍도 등 남해에서도 발견됐다. 이들 표본의 채집 시기는 도감의 발간 시점으로 볼 때 1990년대 후반일 것이다. 그러므로 제주해역 정착 종으로 보아야 한다. 좀 더 두고 보자. 이들 종의 확산을 경고로 보고 잘 살펴보아야 한다. 종의 분포 변화가 군집의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전체 해양생태계, 즉 제주 바다에서 일어날 어떤 변화를 일찍 예측할 수 있다. ![]()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제주 바다는 전이대라고 할 수 있다. 생물학적 특성이 서로 다른 난류과 온대해역생태계가 교차하는 곳이다. 그래서 다양성은 높으나 환경변화에 따른 종 구성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난다. 이렇게 여러 생태계가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다른 생태계에는 없는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는데 제주 바다가 딱 그렇다. 끊임없이 시공간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역동적인 공간이지만 늘 긴장되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해역에서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어나는 변화는 생태계나 해안지역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태풍을 예로 들어보자. 열대성저기압인 태풍은 상대적으로 저수온인 온대해역으로 북상하면서 위력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수온이 예전보다 높아져 있으면 그 파괴력이 줄지 않는다.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강해진 바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태풍이 지난 후 바닷속에 들어가 보면 태풍의 위력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어찌 태풍뿐이겠는가? 수온 상승이 일으킬 변화가 두렵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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