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을 추모·위로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각종 4·3기념사업들이 확장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제주도가 '기념사업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유족과 도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 1순위로 추진돼야 할 4·3 기념사업으로 '유적지 정비·관리'가 꼽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4·3기념사업 기본계획(2023~2027년) 수립 연구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용역은 제주4·3 70주년이던 2018년을 기점으로 각종 기념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유사·중복사업, 목적 외 사업까지 생겨난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을 정비하는 등 내실화를 갖추기 위해 지난해 시행됐다. 연구는 재단법인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맡았다. 현재 진행 중인 4·3 기념사업은 유형별로 ▷위령제 등 추념사업 ▷유적지 순례사업 ▷유적지 정비·관리 등 지원사업 ▷문화·학술 기념사업 ▷도민 평화·인권교육사업 ▷희생자 및 유족 위로·복지사업 ▷국내외 평화교류사업 등으로 나뉜다. 연구진은 2018년 이후 추진된 기념사업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유족과 도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4·3기념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념사업 추진 현황을 종합하면 5년 간 총 509건의 기념사업이 진행됐다. 연도별로는 2018년 102건, 2019년 103건, 2020년 92건, 2021년 102건, 지난해 110건 등이다. 이에따른 사업비는 약 900억 원으로, 이중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위로·복지사업비에 421억 원이 들어 가장 투입됐다. 유형별로는 문화·학술 기념사업이 149건으로 가장 많았고 평화·인권 교육사업(31건)과 유적지순례사업(32건)이 가장 적었다. 연구진은 "일부 지속성 기념사업은 해마다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추진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 콘텐츠의 변화를 모색하거나 성과평가 피드백을 통해 개선이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유형별로는 추념사업의 경우 정례화된 위령제 성격에 머물러 있어 도민공감대 차원의 파급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적지 정비·관리 사업에 대해선 장소성에 부합한 공간 해석과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화·학술 기념사업에 대해선 몇몇 시민단체들이 매해 추진하는 동일 사업이 반복되고 있으며, 활용계획과 확장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복지사업의 경우 트라우마 치유 지원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평화·인권 교육사업은 도 차원에서 교육사업을 보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4·3기념사업의 추진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유족과 도민 의견 수렴 절차도 거쳤다. 설문조사는 유족 143명, 도민 377명 등 총 520명을 상대로 지난해 8월 26일부터 9월 14일까지 20일 간 수행됐다. 조사는 자기기입식 설문지를 활용해 전문조사원의 인터뷰를 통한 1:1 개별조사로 진행됐다. 우선 '제주 4·3 및 4·3기념사업에 대한 인지 여부'를 물은 결과 유족은 '매우 잘 알고 있다'가 61.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도민은 '잘 알고 있다'가 4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3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이유'에 대해 유족은 '교육·홍보가 부족해서'가 100%로 나타났으며, 도민은 '내 삶과 동떨어져 있어서'가 41.4%로 가장 높았다. 특히 모든 제주4·3기념사업을 통틀어 유족과 도민 모두 1순위로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유적지 정비·관리사업'을 꼽았다. 유족들은 2순위로 위령제 등 추념사업을 꼽았으며 도민들은 2순위로 문화·학술사업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4·3 유적지 정비·관리 상태에 대한 만족도를 물은 결과에서도 유족과 도민 모두 '불만족'을 75.5%, 82.2%로 매우 높게 꼽았다. 관리상태에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유족의 경우 '유족지 훼손, 정비 부족'(38.9%)을 꼽았으며 도민은 '청결하지 못하다'(26.1%)를 높게 꼽았다. 제주4·3기념사업이 가장 크게 기여한 점으로는 유족과 도민 모두 '4·3 희생자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을 각각 47.6%, 47.5%로 가장 높게 선택했다. 제주4·3기념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로는 유족과 도민 모두 '추모·기억'을 각각 35.8%, 32.8%로 1순위로 꼽았다. 연구진은 실태조사와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형별 4·3기념사업 추진 방향을 담은 5개년(2023~2027년) 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은 8개 유형으로 구분해 총 70개 사업으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향후 5개년 기념사업은 전 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에서 재설정했으며, 중복·유사 성격의 기념사업은 통합 또는 사업 내용의 차별화 전략을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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