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자리한 우에노공원을 찾은 사람들. 우에노공원은 일본 대표의 벚꽃 명소 중 하나로 이곳에 심어진 벚나무의 절반 이상이 왕벚나무이다. 강희만기자 우에노공원 배경으로 '소메이요시노' 명명 일본 학자가 1901년 학명 붙여 학계 첫 보고 잡종설 등 제기에도 120년 넘게 기원 불분명 [한라일보] 일본에서 왕벚나무를 부르는 이름인 '소메이요시노'의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 중 하나가 우에노온시공원입니다. 흔히 '우에노공원'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도쿄 다이토구에 있는 일본 최초의 도시공원입니다. 지난달 11일 취재팀이 찾은 우에노공원에는 일본의 대표 벚꽃 명소임을 말해주듯 '벚나무 지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벚꽃 종류와 위치, 개화시기를 알려주는 안내판입니다. 공원에 심어졌다는 벚나무는 모두 53종인데, 이 중 가장 많은 게 왕벚나무입니다. 우에노공원관리소에 따르면 공원 내 벚나무는 800그루로, 이 중 절반인 약 400그루가 왕벚나무입니다. 우에노공원에 세워져 있는 '사쿠라 맵(벚나무 지도)'. 이곳에선 모두 53종의 벚꽃을 볼 수 있다. 강희만기자 우에노공원은 '소메이요시노'라는 이름이 지어진 무대가 된 곳입니다. 왕벚나무는 일본에서 '요시노 자쿠라'(요시노 벚나무)로 불리며 판매되던 품종이었는데, 1900년 '소메이요시노'라는 이름을 새로 달았습니다. 도쿄제국박물관(현 도쿄국립박물관)에 근무했던 후지노 요리나가에 의해서입니다. 후지노는 우에노공원에 심어진 벚나무를 조사했던 식물학자입니다. 그는 당시 '요시노 자쿠라'라고 불리던 벚나무가 요시노산(나라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의 '야마 자쿠라(산벚나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름 붙인 게 '소메이요시노'입니다. 에도의 소메이촌(오늘날 도쿄 도시마구 고마고메)에서 보급된 요시노 벚나무라는 의미를 담은 이 이름은 1900년 일본 원예 학회지에 처음 발표됐습니다. 바로 이듬해, '소메이요시노'라는 이름은 학계에도 등장했습니다. 도쿄제국대학(도쿄대학) 교수였던 마쓰무라 진조는 1901년 일본 식물학회지에 '일본 체리의 두 가지 새로운 종'이라는 제목으로 '소메이요시노'를 보고했습니다. 그때 명명된 학명이 프루누스 예도엔시스(Prunus yedoensis)입니다. 마쓰무라는 도쿄 정원에서 널리 재배되는 품종을 표본으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이즈의 오시마에서 온 것으로 봤습니다. 도쿄에서 가장 큰 섬인 오오시마를 자생지로 삼은 것입니다. 이는 일본에서 왕벚나무의 오오시마 자생설이 등장한 배경이 됐지만, 이후 연구에선 실제로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에노공원 내 산책길에 심어진 왕벚나무. 오늘날 일본에서 왕벚나무를 부르는 '소메이요시노'라는 이름이 붙여진 무대가 우에노공원이다. 강희만기자 이처럼 왕벚나무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해 왔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일본에서 처음 학계에 보고되며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 기원을 특정할 수 없었던 탓입니다. 지금까지 제기돼 온 왕벚나무 기원에 대한 설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이즈의 오오시마 자생설을 비롯해 잡종 기원설, 이즈반도 발생설, 제주도 자생설입니다. 일본 학자가 학명을 부여한 이후에 제주 한라산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서로 맞서온 학설입니다. 이 중에 오오시마 자생설은 일본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힘을 잃었습니다. 미국 학자 윌슨이 형태학적 관찰로 처음 제기한 '잡종 기원설'과 일본 학자 다케나카가 교배실험으로 주장한 '이즈반도 발생설'은 공통적으로 왕벚나무가 서로 다른 종간의 잡종이라는 추정이지만, 이 역시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선 입증할 기록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또한 자연 교잡이나 인위 교잡이라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부모계 종을 특정하고, 그 사이에서 왕벚나무와 같은 형질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 가능한지에 대해선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오늘날 일본에선 왕벚나무를 올벚나무와 오시마벚나무의 교배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같은 이유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남은 것은 제주도 자생설입니다. 한라산에서 왕벚나무 표본이 처음 채집된 1908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논쟁이 있었지만 제주가 왕벚나무 자생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습니다. 하지만 일본 전역에도 널리 퍼진 재배품종이 제주에서 유래됐는지에 대해선 학자들 간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1932년 제주를 찾아 왕벚나무를 조사했던 일본 식물학자 고이즈미 겐이치는 요시노 곤겐(權現)을 숭배하던 선원들에 의해 제주 자생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 역시 증거가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부정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제주에는 일본에 없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산 왕벚나무'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도 제주 기원설의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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