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주시민회관 지붕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964년 문을 연 시민회관이 기억을 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건물은 사라지지만 기억은 붙잡았다. 제주시 원도심 건축물이 하나둘 허물어지는 때에 그것은 남다른 방식으로 우리 곁에 다시 온다. 15일 지붕 해체 작업을 시작으로 생활SOC복합화시설로 재탄생을 준비 중인 이도1동의 제주시민회관이다. 1964년 7월 3일 남문로 옛 오일장 터에 문을 연 시민회관은 부지 3096㎡에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져 체육관, 영화관, 공연장 등으로 애용됐다. 지금은 여가를 즐길 인프라가 넘쳐나지만 80년대 중반까지도 시민회관은 제주의 대표적인 교육·문화·체육 시설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낡았다는 이유로 시민회관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일 때마다 도민들의 이목이 쏠렸다. 낙하물 방지망을 씌운 제주시민회관에서 15일부터 해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상국기자 지난해 2월 제주시민회관 전경. 시민회관 철거를 앞두고 열렸던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전시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라일보DB 2020년 9월 정부의 생활SOC복합화 사업에 선정됐고 지난해 8월 이후 운영을 멈췄던 시민회관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건축물 해체가 이뤄진다. 지난 2월 제주도 건축해체안전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건축물의 핵심인 철골 트러스 해체 순서를 변경하는 등 3개월 동안 철거 작업을 벌인 뒤 올해는 지하 터파기, 기초 콘크리트 타설 등을 이어간다. 내년에는 건축물 골조 공사, 2025년에는 내·외부 마감 공사 등이 계획됐다. 1964년 7월 제주시민회관 현판식. 제주도 공공저작물. 1972년 4월 제주시민회관. 당시 10대 가수들과 인기 연예인들이 제주를 찾아 공연하면서 시민회관 앞에 인파가 몰려 들었다. 제주도 공공저작물. 2026년 2월 준공 예정인 시민회관 생활SOC복합화시설 조감도. 중정에 해체 과정에서 인양된 시민회관 철골 트러스를 재설치할 예정이다. 제주시 제공 이 과정에 제주시는 시민회관이 지닌 역사적, 공간적, 건축적 가치를 고려해 철골 트러스 보존을 전제로 창의적인 활용 방안을 담은 설계 지침을 제시했다. 철거와 동시에 그 기억까지 묻히는 여느 건축물과 달리 지난해 4월부터 시민회관 역사 기록화 용역도 진행했다. 이는 장차 복합화시설에 그대로 깃든다. 해체 시 인양하는 철골 트러스 대부분을 신축 공간의 중정에 재설치 또는 복원함으로써 시민회관의 기억과 상징성을 살릴 계획이다. 5층에는 50㎡ 크기의 역사기록실을 따로 두고 건축물의 연혁, 옛 사진, 건축가 김태식 재조명, 지역주민 인터뷰, 시민회관 내·외부 물품 등을 정리한 기록화 용역 결과물을 상설 전시하기로 했다. 시민회관 생활SOC복합화시설 설계·디자인을 맡은 고광표 건축가는 "시민회관은 오랜 기간 제주의 문화와 생활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역사적인 장소"라며 "복합화시설은 기존 시민회관의 건축 공간을 재현하고 그곳에서 행해졌던 행사를 영상, 기록물 등으로 방문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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