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4·3의 아픈 상처가 아물기에는 75년이라는 시간도 모자란 듯 하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4·3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는 상반된, 불미스러운 '왜곡'과 '폄훼'가 반복되며 제주공동체의 상처에 더 큰 상처를 더하고 있는 지금이다. 역사의 아픔을 딛고 화해와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고는 있으나 아직 4·3의 해결은 불완전하고 완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4·3은 현재진행형이다. 4·3은 아직, 명확하게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다. 2000년 제정된 4·3특별법은 당시까지 규명된 진상을 바탕으로 법적으로 합의된 그야말로 '최소한의 정의(定義)'에 불과하다. 4·3의 정의(正義)롭고 완전한 해결은 결국 4·3당시 미군정과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을 밝히는 과정에서 4·3의 역사를 제대로 정의(定義)하는 '정명(正名)'뿐이다. 국가법령인 4·3특별법은 2000년 제정이후 2021년 전부개정되기 전까지 '국가의 책무'조항 자체가 없었다. 다행히 2021년 3월 '국가의 책무'조항이 신설되었다. '4·3특별법' 제4조(국가의 책무) 국가는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한 가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화해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국민화합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의 책무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한 가해자에 대한 화해 조치, 국민화합, 이 세 가지뿐이라는 점이다. 어찌 4·3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희생자와 가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와 '화해조치', 그리고 '국민화합'이라는 목적에만 치중해 있을까. 4·3특별법의 진정한 목적이자 본질인 진상규명의 책임을 국가가 외면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3을 향한 국가의 관점과 노력에,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무에 '진상규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4·3의 역사를 왜곡하고 조롱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현수막을 걷어내도 반복될 것이다. 처벌을 강화한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미스러운 왜곡과 폄훼가 더 이상 4·3의 역사를 흔들지 못하게 하는 일,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더 이상 훼손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일, 그래서 제주 공동체의 상처를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하는 일은 국가가 미군정과 대한민국의 책임에 관한 진상규명의 사명을 '국가의 책무'로 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4·3진상규명의 책무가 국가에 부여돼야만, 우리는 4·3의 올바른 이름을 가질 수 있다. 왜곡되고 폄훼받지 않을 역사,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대한민국 4·3의 역사를 우리 미래세대에게 전승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국가의 책무다. <현길호 제주자치도의회 의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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