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경청회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경청회 과정에서 찬·반을 중심으로 여러 의견이 제출됐고, 경청회 밖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 제주도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있다. 경청회를 포함해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민의견을 수렴한 후 제주도가 명확한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 역시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검토하고, 의문 사항에 대해서는 국토부에 추가 설명을 요구와 함께 필요한 경우 직접 검증에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최근 시민사회와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제2공항 예정지 내 지반조사 결과에 대한 세부적인 확인은 필요해 보인다. 이는 공항의 입지 적정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계획이 진전되기 전에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가 이행돼 불필요한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기본계획(안)의 지반조사 과정에서 활주로 예정지 내 시추조사 결과 화산체에서 흘러온 용암류 암반층 중간에 2m 전후에서 5m, 9.6m에 이르는 클링커층이 다수 존재한다고 했다. 클링커층은 제주도와 같은 화산지대에 분포하는 독특한 지층구조로 용암이 분출해 굳어지는 과정에서 생긴 클링커(용암 표면이 엉기어 굳으면서 덩어리로 된 것)가 암반층 하부에 퇴적된 지층을 의미한다. 문제는 제2공항 예정지는 지질 특성상 빌레용암 지대로 암반층 사이에 수십 센티미터 정도의 클링커층이 형성될 수는 있지만, 국토부의 시추조사 결과처럼 수십 미터에 이르는 두꺼운 클링커층이 형성되는 것은 화산 지질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토부가 주장하는 수십 미터의 클링커층은 암반층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 즉, 용암동굴일 가능성이 있다. 빌레용암지대가 형성돼 있는 제2공항 예정지 일대는 천연기념물 수산굴을 포함한 다수의 용암동굴이 분포하고 있다. 설령, 용암동굴이 아니라 국토부의 주장처럼 제2공항 내 암반층 사이에 실제로 두꺼운 클링커층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문제가 크다. 클링커층은 송이 층과 비슷한 형태로 많은 양의 빗물을 빠르게 이동시켜 지하수 함양은 물론 수해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제2공항 공사로 이 일대가 불투수층으로 변하면 나타날 수 있는 역효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제주도는 사업 예정지의 지반 시추조사 시료를 포함한 세부 자료의 공개를 국토부에 요구해야 한다. 자료 검증을 통해 필요한 경우 예정지 내 시추조사를 직접 시행해 용암동굴의 분포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외에 기본계획(안)의 공항 수요예측의 적정성, 숨골의 보전가치 평가절하 문제, 조류충돌의 위험성 평가 축소·조작 등에 대해서도 기본계획(안) 의견수렴 과정의 하나로 투명하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제주도의 명확한 입장이 표명돼야 한다.<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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