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5월은 참 싱그럽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긴 겨울을 끝내고 길어진 낮은 포근한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 메말라 있던 나뭇가지에 연두색 잎들과 지천에 이름 모를 꽃들을 피워낸다. 확연하게 변한 날씨는 이 계절을 살고 있는, 살아 있는 것들에 활기를 불러일으켜 실내보다는 야외로 향하게 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세대는 파란 하늘을 보며 알 수 없는 눈물이 순간적으로 고이게도 하고, 하얀 백지에 무언가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도 하며, 시를 써보고 싶은 충동도 일게 한다. 지구 북반구에 속해 있는 거의 모든 나라들은 5월 초입에 Maypole이란 긴 장대를 마을 입구에 세우고 축제를 열며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어린이들이 새싹처럼 푸르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린이날을 정해 아이들을 축복하고 어버이날을 정해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감사를 표현한다. 또한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날도 5월에 있다. 우리는 5월을 살아가며 특별히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 섬에 대한 감사를 생각해 보고 실천해 보면 좋겠다. 제주 공항에 내릴 때 얼굴을 스치는 신선한 공기, 묵묵히 맞아주는 한라산의 자태와 푸르름, 청정한 제주 물 등은 전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혜의 복을 누리게 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제주의 산과 바다는 건강한 산소(O2)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우리에게 값없이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우리 제주도는 참 아름다운 섬이다. 개발돼 아름다운 것 아니라 원래 아름다웠다. 그 절대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보물섬이 개발과 쓰레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로 훼손될 지경에 이르렀다. 제주 섬이 오염되면 한라산에서 생성되는 지하수와 청정 바다가 만들어 내는 산소는 여전히 순수할 것인지 우려된다. 태초부터 갖추어진 아름다움이 훼손되는 것을 방관한다면 이 섬에서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에 큰 죄를 짓는 것 아닐까? 우리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흉한 것으로 바꾸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특별히 경제적 개념이 더해지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정없이 환경을 훼손시키고 만다. 중동지역 나라들은 사막에 콘크리트 도시를 조성했으나 한계가 있어서 세월이 흐른 후에는 낡아 훼손될 것이다. 우리 제주는 태초부터 아름답게 창조된 곳이기에 더 이상 경제적, 정치적, 삶의 편이성이라는 이유로 원초적 매력을 상실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구 환경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자원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도록 절약(reduce)·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의 3R을 생활화하며 자연 사랑을 제주도민의 보편적 생활양식으로 삼고 가치를 보존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땅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1년 중 5월은 안식월로 삼아 이 기간에는 어떤 명목으로도 파헤치지도 말고 쓰레기도 주우며 조금 불편하게 지내는 전통을 만들면 어떨까? <정구철 제주국제대학교 명예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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