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5·18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았다. 1980년 당시 10대 어린이가 50대 중년에 접어들 정도로 4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갔다. 광주 시민들은 1980년 5·18을 잔혹한 학살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날의 기억을 간직한 채 숨죽이며 지내온 세월 동안 한국 사회는 민주화운동 시기를 거쳐 광주의 진상을 하나둘 밝혀내기 시작했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실제적 진실에 다가서는 길의 큰 틀은 잡혔으니, 앞으로는 진상규명과 더불어 더욱 넓고 깊은 광주정신의 바다로 나아갈 일이 남아있다. 그것은 광주의 수많은 희생의 피와 헌신의 땀에 답하는 정신문화의 창달이다. 5·18광주학살은 이제 5·18광주항쟁으로의 정명을 앞두고 있다. 애초에 광주사태로 불렸던 이 사건의 공식 명칭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다. 5·18은 우발적인 시위나 소요 사태가 아니라 필연적이고 조직적인 항쟁이다. 진압군의 총공세에 끝까지 맞서지 않고 도피하거나 해산했다면, 광주 5·18은 항쟁이라는 이름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군부의 진압부대가 전남도청으로 밀고 들어오는 순간, 최후까지 남아서 결사 항전을 펼친 항쟁지도부와 시민군들 덕분이다. 5·18은 학살사건인 것도 맞고, 민주화운동인 것도 맞다. 그러나 궁극의 정명(正名)은 항쟁이다. 5·18광주항쟁. 5·18광주항쟁은 광주정신의 근본이다. 그것은 1948년 제주의 4·3항쟁과 10·19여순항쟁 이후, 민간인이 총을 들고 정부군에 맞서 항전을 펼친 유일한 사건이다. 분단체제의 완고한 통치구조에 놓여 있던 국민들에게 5·18광주항쟁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되찾고 평화로운 삶을 복원하도록 단초를 마련했다. 광주의 피와 땀은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그것이 이룩한 성과는 평화로 가는 첫발이었다. 그 첫발의 성과로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에 걸쳐 한국은 눈부신 성취를 일궈가고 있다. 물론 그것은 완성태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 이 세 가지 단어는 광주정신을 함축하는 핵심어다. 무릇 특정한 이름을 앞세운 '00정신'이라 함은 '00'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가치를 기억하고 현실로 끌어오며 미래로 잇는 정신문화의 계승과 승화 과정과 그 결과의 문제이다. 광주정신은 과거 속의 사건이나 기억이 아니라 현실 속의 사건과 실천으로서 거듭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신문화로 자리 잡는다. 예술은 정신문화의 꽃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정신을 예술로 승화하는 오월예술은 광주정신을 갈무리하고 잇는 핵심적인 사유이자 실천이다. 그것은 광주 너머 대한민국과 아시아와 전 세계와 맞닿아 있는 평화정신이다. 그 길을 기억하고 독려하며 동행하는 정신문화의 실천. 그 가운데에는 평화예술이 있다. 제주4·3과 여순10·19와 대구10·1과 4·19와 광주5·18과 유월과 촛불의 이름으로, 민주와 인권과 생명의 이름으로 평화를 갈구하는 예술. 그것은 평화예술이라는 궁극의 정신문화로 꽃피어난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