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육아휴직자 셋 중 한 명이 '남성' 육아휴직 경험 아빠 "정서 관계 단단" 사회적 인식 등 부담에 엄두 못 내기도 "대체 인력 지원 등 제주형 제도 필요" [한라일보] 두 아이를 둔 강현성(42·가명, 제주시) 씨는 지난해 5개월간 육아휴직을 받았다. 둘째 아이가 돌을 갓 넘겼을 때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되면서다. 회사 내 같은 부서에서 '첫 남성 육아휴직자'라는 부담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돌봄 공백이 커지면서 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제가 속한 조직은 육아휴직 필요성에 공감해 줘서 휴직을 신청하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그런데 직장 전체가 아닌, 부서로만 보면 '꼭 휴직을 해야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죠. 제가 빠지면 제 업무를 맡을 인력이 걱정됐던 것 같아요." 휴직 기간은 5개월로 짧았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 현성 씨는 "주 양육자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하루가 그렇게 빨리 지나갈 수가 없었어요. 아이가 둘이다 보니 돌보고 챙겨야 하는 일의 연속이었죠. 그래서 힘들기도 했지만 얻은 게 많아요. 전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저에게 더 다가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여러 추억을 쌓으며 정서적인 관계도 단단해진 것 같아요." |남성 휴직 10년 새 '큰 변화' 현성 씨의 사례처럼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이제 낯설지 않다. 제주지역 전체 육아휴직자(고용보험가입자 기준) 중에 남성의 비율이 지난해 37%를 넘어섰다. 2013년 3.35%였던 것과 비교하면 얼추 10년간 30% 이상 늘어난 셈이다. 도내 육아휴직자의 남성 비율은 2016년 처음 10%를 돌파한 이후에 꾸준히 증가해 왔다. 공직사회로 좁히면 그 수는 조금 더 올라간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육아휴직 중인 제주도 소속 공무원은 68명인데, 이 중 38%(26명) 이상이 남성이다. 제주시청에서 근무하는 현기현(40·가명) 씨는 "요즘엔 승진에 목숨을 걸기보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요즘엔 아내가 육아휴직을 할 때 같이 휴직을 받는 남성 공무원들도 많다"면서 "함께 아이를 돌보면서 육아 부담은 덜고 쉬는 시간을 갖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은 법으로 정해진 제도이지만 사회적 인식과 근무 환경,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한 현실적인 벽이 아직 높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현행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근로자라면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기간은 1년 이내로 명시돼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하는 모든 부모에게 보장된 제도가 육아휴직이다. 하지만 남성들에겐 사회적 인식과 근무 환경,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한 현실적인 벽이 유독 높다. 제도가 있어도 이를 사용하는 것은 '남의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주지역 기업의 일·생활균형 실태와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진이 도내 근로자 8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세 아이를 키우는 서비스직 남성 근로자 A씨(당시 41세)는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아직까진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육아휴직을 하면 나머지 분들이 업무를 나눠 가져야 한다"며 "그래서 육아휴직을 쓰기 불편하다. 나머지한테 피해를 주게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구책임자인 선민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도는 10인 이하 기업이 80% 이상이다 보니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도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등에 따른 대체 인력을 지원하는 제주형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연근무제처럼 시스템만 잘 갖춰지면 별도 예산이 필요 없는 제도를 활성화해 자녀 돌봄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한라일보 '가치육아 - 공동육아'. 한라일보 DB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부모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관련 정보를 담는 '공동육아'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로 나서는 '이럴 땐'을 2주에 한 번씩 연재합니다.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육아 이야기나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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