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는 저녁의 쪽빛에 젖어가는 옥빛입니다. 하부는 지는 해의 아직 따뜻한 다홍입니다. 하늘은 가장 부드럽고 따스한 손을 뻗어 존재의 어깨를 힘 있게 잡아줍니다. 눈물이 어립니다. 그 하늘은 제가 제일 오래 산 어떤 이층집의 옥상에서 본 것이고 이 세상 어디에도 이미 없는 하늘입니다. 물이 되어 지상에 스민 하늘입니다. 삽화=써머 해 질 무렵 이층집 옥상에서 하늘을 봅니다. 쪽빛과 옥빛과 다홍은 하늘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의 색깔로써 지금 현현(玄玄)합니다. 그리고 "부드럽고 따스한 손을 뻗어" 지상의 저녁에 흔들리는 존재의 어깨를 붙들어주며 현실에 개입하면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 분"이 됩니다. 그러나 그 하늘은 아쉽게도 지금은 없는 하늘이어서 이곳에 없으면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인데, 이미 없는 것이 삶의 편에 서 있으려면 기억과 연결되어야 하지요. 그 하늘이 모습을 낮추면 물이 되어 지상에 스미고, 내 안의 '오 분' 속에 영생으로 살아집니다. 어떤 의미를 그리기 전에 사라질 수 있는 다홍을 나와 하늘의 접점에 두고 자신을 감각하는 화자의 모습은 이층집 옥상에서 외롭지만 고유하고, 반대편에서 아름다운 기억을 잃어버린 세계가 밤처럼 깔리는 것 또한 볼 수 있을 테지요. 어쩜, 진정한 존재의 축복이란 그럴 때 가능한 것이겠고요.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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