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의 익숙함과 결별하기로 하고 이제 막 제주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최욱·정세희 부부. SNS '핫플' 소품숍 등 운영하다 3개월 전 제주행 정착 위해 운전면허 취득… 플리마켓 즐기는 중 "실패해도 제주서 다음으로 나아가고 성장할 것" [한라일보] 그들이 제주행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운전면허를 따는 거였다. 서울에 사는 동안 차가 없어도 불편함이 덜했지만 제주는 달랐다. 지인들에게 들은 말이 있었고 그들 부부도 경험했다. 차가 없으면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게 간단치 않았다. 생활정보지를 보고 '연세'로 계약한 제주시 조천읍 어느 마을의 집에서도 가까운 편의점까지 가려면 걸어서 족히 50분이 소요되니 말이다. 제주 집집마다 1~2대씩 자동차를 보유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행히 제주로 이사하기 직전에 남편이 면허증을 취득했다. 곧바로 중고차를 한 대 구입해 배편에 실어 보낸 뒤 두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왔다. 자가용에 '초보 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지난 4월부터 제주살이를 하고 있는 서른여섯 동갑내기 최욱·정세희 부부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었어요. '나'로서 '의지'대로." 제주 정착에 망설이는 남편을 설득하려 애썼다는 정세희씨는 인터뷰 중에 거듭 이런 말을 했다. "실패를 겪을 때는 힘들죠.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봤고, 새롭게 알게 됐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았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다음으로 나아가는,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은 서울에서 요식업에 종사했고, 아내는 소품 숍을 꾸렸다. 특히 연희동에 자리한 아내 정씨의 가게는 SNS를 타고 '19세기 파리 풍경'을 녹여낸 공간으로 화제가 됐다. 직장을 그만두고 떠났던 프랑스 여행의 감흥을 간직하기 위해 그곳의 지명을 따서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리빙브랜드로 2016년 창업했다. 애초엔 제주에 가게를 열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아쉬움을 달래듯 주중 이틀간 휴무일에는 수시로 제주를 방문해 자연 안에서 위로를 받은 뒤 서울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다 4년 전 결혼을 하고 혼자가 아닌 둘이 된 계기로 오랜 바람을 이루게 됐다. 서울에 있는 집을 내놓고 연희동의 상점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제주 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여하며 제주를 몸소 알아가는 중이다. 남편은 음식을, 아내는 소품을 장터에서 판매한다. 제주도 생활 정보가 모이는 인터넷 카페, 대학 게시판, 중고 거래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제주살이에 유용한 자료를 건진다면 그들보다 앞서 제주에 정착한 이들이나 궁금한 걸 물어보면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제주사람들의 친절을 통해선 심리적 안정감이 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는 돌과 자연에서 그 길을 찾는 중이다. 장차 돌집을 짓고 싶은 남편 최씨는 돌 문화에 관심이 많다. 돌빛나예술학교의 조환진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돌챙이'의 '막내'로 울타리 조성, 정원 조경, 주택 건축용 돌담 쌓기 등 실제 공사 현장에 뛰어들어 일을 배우는 중이다. 제주에서 소품 숍을 차리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인 정씨는 제주 자연을 품은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매일 마주치는 돌, 나무, 노을 등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은 없다"며 천변만화하는 그것들을 회화, 공예, 사진 등에 담으려 한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고 자연과 공생하기 위해 '적게 쓰자', '되도록 자급자족하자'는 결심은 제주에서 더욱 굳어졌다. 배낭을 메고 길을 떠나 3박 4일 일정 등으로 백패킹을 하면서 "어쩌면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은 몇 가지"라는 걸 체감했다는 정씨다. 부부에게 제주는 운전면허처럼 계획에 없던 일을 도전하도록 만드는 곳이다. 그들은 지금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제주를 만나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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