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1년이 조금 지났다. 지난해 7월 초 제주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창작 종합예술극 '애랑이 넘실'이 올랐다. 권력층에 대한 풍자가 중심인 원작 '배비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주 여인 애랑의 모습에 주목하며 해원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제주도립예술단의 네 번째 합동공연 작품으로, 일부 규모를 줄였지만 제주도립무용단과 제주교향악단, 제주합창단, 서귀포관악단, 서귀포합창단 등 도내 5개 예술단이 모처럼 한 무대에 섰고, 합동공연 처음으로 제주의 특색을 담았다는 의미도 있었다. 당시 일부 공연예술전문가들이 "제주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듯 객석까지 대각선으로 길게 뻗은 세로형 무대는 색달랐고, 무용과 합창의 만남, 홀로그램막을 활용한 프로젝션 매핑 연출 등 여러모로 돋보였던 무대는 호응을 얻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지적됐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제주의 콘텐츠를 활용한 창작 무대의 성장 가능성과 지속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시간이었다. 이 공연을 다음에 또 볼 수 있다는 기약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후 1년을 지나오는 동안 지역에선 창작 무대가 잇따라 탄생돼 관객과 마주했다. 예술인들의 새로운 시도, 도전으로 특히 제주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공연이 선보여졌다. 제주 4·3, 이중섭,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홍윤애 등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뮤지컬에 이어 제주의 보물 '탐라순력도'를 바탕으로 한 무용극, 입체낭독극 등을 비롯 제주의 승전 역사인 1555년 을묘왜변 당시 제주성 전투인 '을묘왜변 제주대첩'을 다룬 연극도 첫선을 보였다. 제주설화와 제주의 굿을 테마로 한 실감공연 무대도 곧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지역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관객들에겐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제공하는 다채로운 콘텐츠가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일단 제주의 공연 자산이지 않나. 예술인들의 많은 시간과 노력의 바탕 위에 예산이 투자돼 첫걸음을 내딛지만 제자리걸음이 될지 한 걸음씩이라도 나아갈지는 알 수 없다. 만들어진 작품을 도내외에서 꾸준한 무대로 알리고, 교육 등 다양한 시도로 확장성을 키워가는 건 숙제로 남겨질 뿐이다. 상설공연화 등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제주 공연 콘텐츠로 자리 잡고, 나아가 제주를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으로 성장시키는 일도 과제다. 일부 도외로 진출해 영역을 넓혀가는 작품도 있지만 대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예산 확보 문제가 맞물리면서 단발성 공연으로 머물지 지속성을 갖게 될지 갈리기도 한다. 작품의 완성도에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한 상황에, 행정과의 관계에 더 신경이 쓰이는, 혹은 써야하는 지역예술의 한계가 지적되는 목소리가 들리는 건 씁쓸한 일이다.<오은지 문화체육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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