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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28)꽃말-이린아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7.25. 00:00:00


꽃은 연인이지만 꽃말은 혼자입니다 그래서



꽃이 시든 후에도 꽃말은 그 주변을 돌고 돕니다



나를 불러내는 거예요?



어쩌면요. 바람이 살짝 부는 날의 고민이라면



앞머리를 흩트리면서 피려나 봅니다



당신은 바람이 불 때만 나를 끌어안을 수 있다고 믿고 있군요



몰래 서성이며 갸우뚱거리다가도 오리처럼 울 수 있는



새길 수 없는 것은 배웅만 할 수 있습니다

삽화=써머



꽃이 꽃말이라는 언어를 동반하고 꽃말이 혼자여서 다시 꽃을 불러내야 한다는 생각은 시적 양식에 매우 근접한 것이다. 아울러 꽃이 연인인 것은 단순한 은유 차원에서의 언사가 아니라 행동을 담보하기 때문이리라. 꽃은 징검다리를 딛고 연인에게 갈 수 있고,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꽃이 메시지를 갖추고 있는 것은 꽃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꽃이 어떤 꽃이 되면 최소한의 어떤 메시지를 암호화하고, 꽃을 든 연인은 그 꽃말을 공유할 수 있다. 꽃이 꽃말을 붙들든 꽃말이 꽃을 붙들든 삶의 어떤 순간순간에 위안과 온기를 줄 수 있다. 모두가 꽃말을 공유하는 건 아니고 꽃말 사전을 다들 들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꽃이 시든 후에도 꽃말은 남아 연인을 불러내고 어쩌면 나를 불러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나 오리처럼 울고 고양이처럼 뛰어도 가는 것은, 새길 수 없는 것은 간다. 배웅만 남기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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