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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반대 현수막 수백 개 강제 철거 수순
성산읍, 온평·신산리 마을에 "한달 내 자진 철거하라" 명령
옥외광고물법 따라 지정 게시대만 허용, 나머지 모두 불법
온평·신산 마을회 "왜 지금 시점에… 철거 명령 거부" 반발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3. 07.25. 18:10:04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찬반 주장을 담은 현수막.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마을 곳곳에 걸려 있는 '제2공항 반대 현수막' 수백 개가 강제 철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산읍은 지난 24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마을회와 신산리 마을회에 불법 게시한 제2공항 반대 현수막을 오는 8월23일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각각 시정 명령을 내렸다. 온평리와 신산리는 성산읍 관내 14개 마을 중 제2공항 반대 여론이 높은 마을로 꼽힌다.

성산읍은 이들 마을회가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제2공항 반대 현수막을 대거 내걸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현수막은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 승인을 얻은 뒤 지정된 게시대에만 걸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진 철거 대상은 수 백개로 추정된다. 성산읍 관계자는 "불법 설치된 현수막이 워낙 많아 수백 개로 추정할 뿐 정확한 수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산읍은 불법 설치가 명백해 법에 규정된대로 행정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제2공항 반대 현수막이 수년 전부터 성산읍 곳곳에 게시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진 철거 명령을 왜 지금 시점에서 내렸는지, 또 성산읍 관내 14개 마을 중 왜 유독 2개 마을만을 대상으로 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성산읍 관계자는 "제2공항 반대 현수막이 수년 전부터 불법 게시됐지만, (제2공항 건설사업은) 마을 주민들에게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이다보니 철거 절차를 밟을 경우 주민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그동안 행정 처분에 나서지 못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에 집중적으로 불법 현수막 철거 요청 민원이 들어와 절차를 이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철거 요청 민원이 집중된 곳이 온평리와 신산리여서 이 두 곳에 시정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찬반을 떠나 다른 마을에서도 불법 설치된 현수막이 있다면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온평리와 신산리 마을회는 자진 철거 명령에 반발하고 있다.

현관수 온평리장은 "왜 지금 시점에서 철거 명령을 내리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현수막을 철거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또다른 분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권섭 신산리장은 "현수막을 걸수 있는 지정 게시대는 한정적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수막을 철거해야 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말이냐. 자진 철거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성산읍은 한 달 내에 두 곳 마을회가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를 예고하는 계고서를 보내고, 이후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 철거에 돌입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법에 따라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처분 당사자인 마을회가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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