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봉, 다랑쉬오름 곁의 낮은 오름 [한라일보] 은월이 무슨 뜻일까. 이 오름은 구좌읍 종달리 산15~22에 있다. 높이 179.6m의 단성화산이다. 해발 200m에 육박한다고 하나 오름 자체의 높이는 75m에 불과하다. 이 오름은 일제강점기 지도에 은월봉(隱月峯)으로 표기한 이래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윤드리오름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수많은 이름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지금부터 493년 전인 1530년에 편찬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독달악(禿達岳)으로 나온다, 민ᄃᆞ리오름이라는 뜻을 나타내려 한 것일 것이다. 그 후 100년이 지난 1653년 이원진의 '탐라지'에도 같은 이름으로 나온다. 이 이름은 20세기에 이르러서도 나온다. 아끈다랑쉬 바로 뒤쪽 일출봉 사이에 있는 오름이 은월봉이다. 김찬수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르는 말/고어는 무형의 고고학적 유물 이 외에도 눈드리오름, 는다리오름, 는ᄃᆞ리오름, 능다리오름, 믠다리오름, 민다리오름, 운월봉(雲月峰), 윤드리오름, 은달이오름, 은돌이오름, 은ᄃᆞ리오름(민간에서), 은월악(隱月岳) 등이 검색된다. 얼추 헤아려봐도 16개가 넘는다. 이렇게 많은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전달되어 왔기 때문이다. 용눈이오름에서 보이는 은월봉. 김찬수 이 정도의 흐릿하고, 형태도 없는 언어의 파편밖에 없을지라도 이걸 단서로 그들의 고향을 언어학자들은 알아낼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래서 고어를 무형의 고고학적 유물이라 한다. 마치 고분에서 출토한 토기 조각 하나에서 그 무덤의 주인공을 밝히는 것과 같다. 현재 학계에선 대체로 명칭의 유래를 알 수 없다거나 민 언덕이 아닐까 하고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이름의 유래가 불분명하게 된 원인으로 후대에 한자 표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건 옹기장이가 고분 출토 토기 편을 감정하는 격이 아닐까? '은(隱)'은 '낮은'의 뜻 은월봉이란 '낮은 산' 토기의 편년이나 유래를 알아내려면 가능한 많은 파편을 수집해야 한다. 또 다른 은월봉으로 울산광역시의 남구에도 있다. 해발 121m밖에 되지 않는 아주 낮은 산이다. 이 은월봉의 유래는 여지도서(울산)에 '은월봉은 태화강 남쪽 절벽에 있다. 달그림자가 이 봉우리에 숨는다고 하여 이름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광여도(울산)라는 지도에는 읍치 남서쪽 태화강 남쪽에 묘사하고 있다. 울산 읍치의 남쪽에 위치하여 남산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사실 남산이란 지명도 남쪽에 있는 산이 아니라 '낮은 산'의 의미다. 추자면 묵리, 황해북도 평산군 월천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전남 화순군 춘양면 용곡리에도 응달산이 있다. 역시 낮은 산들이다. 이 말은 퉁구스어의 '잉아'와 튀르크어 '어유-'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퉁구스어에서는 '낮은' 혹은 '바다에 가까운'의 뜻을 갖는다. 그중 에벤키어에서는 '응그', 에벤어 '응라', 네기달어 '느우', 솔롱어 '능크스'에 대응한다. 튀르크어에서 '더 낮은'의 뜻으로 '으-', 추바쉬어 '아이'로 나타난다. 현대국어에서는 마땅한 대응어가 없다. 다만 '나리다'의 어근 '나리' 혹은 '내리다'의 어근 '내리'에 화석처럼 남아 있다. '낮다'의 '낮'과도 어원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오름의 이름 은월봉의 월(月)은 'ᄃᆞᆯ'이라는 제주어를 표기하려고 쓴 글자이다. 'ᄃᆞᆯ(달)'이란 고구려어로 '산'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미 본란 17회(본보 2022년 11월 22일자)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은월봉의 어원상의 의미는 '낮은 산'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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