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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의 문화광장] 생활문화와 생활문화예술과 생활예술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8.01. 00:00:00
[한라일보] 생활예술과 예술마을. 전자는 문화부의 정책사업이고 후자는 예술정책 연구자의 책 제목이다. 두 개념 모두 예술에 관한 이야기지만, 정작 주류 예술계에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방외의 언설들이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엄연히 다르듯이 엘리트예술과 생활예술 또한 엄격하게 다른 범주로 구분되어 왔기 때문이다. 예술마을 또한 마찬가지로, 주류예술계에서는 ‘별무관심’ 사안이다. 아 참, 예술‘인’마을이라고 해서 예술인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예술과 마을을 연결하는 경로로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다. 그런데 최근에 생활예술과 예술마을을 주제로 대한민국 대표 예술정책 논객들이 모인 자리들이 열리면서 이제야 서서히 예술의 효용에 대한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나 싶다.

지면 관계상 오늘은 생활예술 얘기만 간략히 짚어볼 참인데, 사실 생활예술이라는 말은 생활문화라는 말에 가려서 제 빛을 발하지 못해왔다. 문화부가 생활문화라는 이름으로 정책사업을 펼쳐온 이래 대한민국 도처에서 국민/시민/주민을 상대로 한 수많은 예술 프로그램이 펼쳐져 왔다. 그러나 생활‘문화’라는 이름의 애매한 정체성 탓에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해왔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보자, 문화란 자연 속의 인간 단계를 넘어서서 인간 사회가 창출한 유무형의 자산 전체를 총칭하는 것으로서, 의식주와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제도 등등등과 더불어 예술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문화’ 앞에다가 생활을 붙여서 만든 ‘생활문화’라는 용어를 만들었으니, 이것은 동시대 한국 문화정책의 불행이 싹트는 계절의 출발점이었다. 생활문화란 무엇인가?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삶을 이어가려는 목적이나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화로서, 삶의 방법과 양식 등에서 나오는 유무형의 자산이다.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말하자면,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각 문화권의 생활문화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문화공동체와 마스크 착용을 범죄인과 연결하며 방역 수칙 또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문화공동체의 생활문화는 얼마나 달랐던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생활문화란 무엇인가’를 뚜렷하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생활문화’라는 타이틀을 단 문화부와 지방정부 문화행정 단위가 주최하거나 주관하거나 후원한 사업들을 들여다보면, 생활이 방법이나 양식에 근접하는 포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대부분의 사업들이 예술 콘텐츠로 채워져있다. 그렇다면 생활예술이라고 이름 짓고 그 이름에 맞게 방향을 잡고 갈래를 트면 될 일 아닌가. 그런데,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생활 뒤에 예술 붙이기를 싫어한다. 문화예술이라면 몰라도 딱 잘라, 생활예술이라는 말은 쓰기 싫어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술, 어렵다는 거다! 이 땅에 예술이라는 개념이 발 붙인지 1백년이 넘어가는데도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 예술을 예술로 부르지 못하고, 문화나 문화예술로 에둘러 부른다. 이제라도 다시 보자, 예술! 예술의 지위와 역할과 그 효능을.<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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