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행정체제 개편은 요즘 제주사회의 최대 화두다. 제주 미래의 청사진이자 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보니 도민적 관심도가 높다. 하지만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과정은 순탄치 않다.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개편안을 도출해야 하는 공론화 과정이 오히려 도민사회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분열의 단초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연구용역진이 제공했다. 공론화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 결여, 자료 부실 등으로 도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어서다. 용역진은 행정체제 개편 최종 적합 대안으로 '시군구 또는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2개 안을 제시했다. 시읍면 기초자치단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함으로써 사실상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의 기초자치단체로 회귀하는 안을 최적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요식행위로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데 있다. 용역과정에서 제시된 6개 모형에 대한 장단점 분석과 함께 특별자치도 체제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한 비교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특정 모형을 부각시켜 도민의 선택권을 제약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최적안으로 제시하려면 그 당위성과 함께 부활 시 우려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명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도민의 이해도를 제고시킬 수 있고 선택지를 좁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료 부실에 대한 지적은 제주도의회에서도 수차례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이러한 비판들은 전문가 토론회나 도민 경청회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민기 제주대 교수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부활 시 중앙정부 권한이 강화되는 반면 제주도 권한은 크게 약화된다는 것이다. 당적을 두지 않는 행정시장 직선제 모형이 훨씬 낫다고 항변했다. 2차 도민 경청회에서도 자료 부실과 설명 부족은 도마 위에 올랐다. 충분한 설명을 통해 도민 이해도를 높이기보다 시간에 쫓겨 진행하는 요식행위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경청회에서 동지역 주민들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별자치도 안착 시점에 과거 행정체제로 회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읍면지역 주민들은 긍정적이었다. 또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으로 현행 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차라리 용역진이 제시한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놓고 여론조사를 통해 최적안을 도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주민투표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킬 수 있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국회와 정부를 설득시킬 논리 개발이 발등의 불이 됐다. 오영훈 지사는 행정체제 개편에 지역사회가 매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편에 속도를 내 오랜 논란을 종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지당한 말이다. 다만 일련의 절차들을 서두르되 투명성과 도민 수용성은 확보돼야 한다. <고대용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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