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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화의 건강&생활] 유방암 상식(2) : 4기 전이-재발 유방암에 대하여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8.02. 00:00:00
[한라일보] 48세 가정주부가 심한 통증과 무기력증 때문에 응급실을 찾아왔다. 환자는 유방암으로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음에도 계속 재발해 매번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의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지내왔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극심한 통증이 왼쪽 등 부위에서 갈비뼈를 타고 옆구리로 내려왔고 걸으려고만 하면 오른쪽 사타구니에 심한 통증이 느꼈다. 모르핀을 주사해서 통증을 일단 가라앉히고 전신 CT를 진행했다. 척추의 여러 곳(흉추와 요추)과 골반에 침범한 암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왼쪽 가슴속의 흉막과 양쪽 폐의 여러 군데에 암이 침범해 있어 최근 잦아진 기침과 숨이 찬 증상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혈액검사에서 피속의 칼슘 농도가 매우 높아 구토와 무기력증, 탈수증세와 관련 있다고 판단돼 많은 양의 생리식염수를 주사했다. 수일간 통증이 심할 때마다 모르핀을 주사하면서 가능한 소량으로 통증을 조절하며 24시간 연속으로 주입하는 모르핀의 양을 정했다.

일단 통증을 해결한 이후 근본적인 조치로 척추와 좌측 골반 전이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를 받은 부위들의 통증이 빠르게 줄었고, 치료가 끝날 무렵에는 모르핀의 하루 필요량이 현저하게 줄었다. 퇴원을 준비하기 위해서 모르핀 대신 작용 시간이 72시간으로 긴 펜타닐 패치를 가슴 피부에 붙였고, 가끔 갑자기 일어나는 돌발통을 제압하기 위해서 혀 밑에 물기만 하면 즉시 효과를 보이는 초속효성 설하제(앱스트랄)를 투여했다. 통증이 없어지면서 식욕도 돌아오고 상태가 좋아져서 예전의 밝은 모습을 찾고 퇴원했다.

과거 진료기록을 검토한 결과 환자의 암세포들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의존해서 자라는 증거로 에스트로겐수용체들을 많이 갖고 있었으며, 수술 후에 에스트로겐이 몸속에서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는 레트로졸(훼마라)을 복용한 적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유방암세포의 세포분열 주기를 조절하는 특정 단백질들(CDK4/CDK6)의 기능을 차단해서 암세포가 죽게 만드는 표적항암치료제인 팔보시클립(입랜스)의 복용과 에스트로겐이 암세포에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풀베스트란(파슬로덱스)의 주사가 적합하리라는 판단을 했다.

치료가 시작됐고 이후 빠르게 증세가 좋아졌다. 3개월 뒤에 평가한 CT 사진에 암이 있던 부위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통증이 없어서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잘 걷게 됐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병세의 악화 없이 같은 치료가 계속되고 있다.

이상의 전문적인 치료 과정을 소개하는 이유는 암이 온몸에 퍼져서 완치가 불가한 상태일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사들과 함께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면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의사들일지라도 서로 치료의 원칙과 방식이 같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암치료종결선언'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한치화 제주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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