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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호의 특별기고] 물류, 지역 형평성의 정의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8.14. 00:00:00
[한라일보]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역 특색과 가치 그리고 지리적 한계라는 양면을 지니고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도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필수품을 내륙으로부터 들여와야 하는 산업구조를 띄고 있다. 제주도, 제주도민들에게 있어 물류란 경제활동과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제주도민들에게 가장 많은 경제적 어려움, 문제를 끼치고 있는 것도 바로 물류이다. 제주지역 화물운송은 지리적 여건상 해상운송이 주로 이용되며 해상운송 의존도는 99% 이상을 차지한다. 즉, 제주지역과 내륙 간 화물운송은 해상을 통해 운송되는 물류 체계를 지니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해상운송을 통해 지출되는 비용은 곧 제주도민들이 지출하는 추가 물류비이며, 이는 제주도와 내륙 간 물류비 차이, 제주도민들에게 많은 경제적 어려움과 문제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내륙은 국가가 조성한 도로, 철도 등의 기간교통망을 통해 화물이 운송된다. 내륙의 물류체계는 이러한 국가기간교통망을 기반으로 화물이 운송되어 내륙 주민들은 낮은 비용, 신속한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지역의 물류체계는 내륙의 화물 공급지에서 목포항 등 내륙 항만까지 화물이 1차 운송된 후 다시 해상운송을 통해 제주지역 항만까지 화물을 운송하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제주지역 내에서 도민이 원하는 장소까지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복잡한 물류 체계를 지니고 있다. 물류 체계로만 본다면 제주지역은 내륙에 비해 2~3차례 더 많은 화물운송 단계를 거쳐야 한다.

위와같은 물류체계로 인해 제주지역에서 추가 물류비가 발생하고 있다. 추가 물류비로 인한 제주도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지역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내륙지역은 국가가 조성한 국가기간망을 통해 화물이 운송되면서 내륙 주민들은 낮은 비용으로 물류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지역은 민간 선사에 100% 의존하고 있는 해상운송을 통해 화물이 운송되면서 제주도민들은 내륙 주민보다 더 많은 물류비를 지출, 부담하고 있다.

두 번째, 제주지역의 높은 물류비는 지역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최근 국내 경제 여건은 고금리, 고물가로 국민 가계에 미치는 어려움이 대단히 크다. 특히, 내륙과 달리 추가 물류비 까지 부담해야 제주지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인건비, 유류비 등 물류 원가 상승으로 물류비 운임이 증가하면서 제주도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내륙 대비 배 이상이다. 2021년 기준, 제주지역의 1인당 개인소득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추가 물류비로 인해 겪는 가계 부담도 내륙에 비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 번째, 마지막으로 제주도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비싼 물류비를 지출, 부담하는 것이 과연 타당성과 공정성, 지역 형평성과 맞는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추진하는 여러 물류 지원정책들이 중앙부처로부터'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문제로 정책 실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제주도가 섬이라는 이유로 타 지역과 비교하여 높은 물류비를 지출하는 것이 지역 형평성에 맞는 것인지 반문할 수 있다. 지역 형평성이란 지역 간의 평등, 공정한 기회를 의미한다. 특정 지역, 주민이 다른 지역보다 불리한 경제적, 사회적 조건으로 불공평하게 대우받는 것을 방지하고 모든 지역 주민에게 공평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지역 형평성의 개념이다. 국가 및 중앙 부처는 지역 형평성으로 인해 제주지역의 지원이 어려운 것이 과연 올바른 논리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거나, 생활 터전이 제주도라는 이유로 내륙 보다 더 높은 물류비를 부담하는 것이 지역 형평성, 국가가 보호(保護)하고 국가가 지켜야 할 가치인'차별 없는 국민 기본권 보장'에도 과연 맞는 것인지 국가 및 중앙부처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제주도, 제주도민들에게 지역 형평성의 정의(正義)가 제대로 실현되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주지역은 물류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을 겪어 왔다. 제주지역의 물류 문제는 해결해야 될 숙원사업으로 제주도민 모두 공통된 인식을 지니고 있다. 물론,'타 지역과의 형평성'으로 제주지역의 추가 물류비 전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제주지역에 평등하고 동등한 경제적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최소한 동일한 출발선까지 국가의 안내와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제주연안해운선사 준공영제 도입'을 통해 제주지역과 내륙 간의 해상운송비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제주지역의 물류를 내륙과 동일한 출발선까지 안내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 본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관심과 국비지원이 필요하다. 제주지역의 해상운송비 부담을 줄임으로써 제주도민들이 추가 물류비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어느정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지역은 섬이라는 이유로, 물류로 인한 고통과 어려움을 오랫동안 겪어왔다.'타 지역과 제주 간의 동등한 형평성'을 위하여 국가와 중앙부처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오진호 제주연구원 혁신경제연구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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